넷플릭스_스토리텔러 작가 모집 글을 보고 넷플릭스에 접속했다가 (물론 관련하여 '인사이드 아웃'으로 이미 응모는 했지만) 2017년 방영작인 '도깨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오랜만에 다시 보니 특유의 사극 톤으로 말하는 공유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구성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다 좋았던 거다.
그러다가 문득 친구 하나가 떠올랐다. 왜냐하면 나의 그 친구도 신이 사랑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의 그 아이와 나. 어느 날 만난 친구는 자기가 점을 보고 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친구는 다른 사람이 같이 가 달래서 갔는데, 오히려 점쟁이는 친구에게 호기심을 보였단다. (어린 나이에 신내림을 받아 친구보다 어렸다고 했다)
'언니는 내가 볼 수가 없어.'라며 가만히 친구를 보았단다.(문제는 자기는 점을 봐달라고도 안 했다고 함)'신이 언니를 너무 사랑하네. 장군신이 언니를 보호하고 있어.'라고 했단다. 그리고 너무 힘들다며(자기보다 상위 신이라서) 그날 점집 문을 닫았다나. 더 자세히 보기를 원했던 일행은 완전 황당해졌다고.
어쨌든 점쟁이 동생(?)의 말을 해석해보면, 장군신이 친구를 보호하고 있는데, 그래서 신내림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지만, 그 신이 너무 사랑해서 그것조차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 영화 같은 이야기네~!! 왕꽃 선녀님인 줄?"
이라며 우리는 꺄르륵 꺄르륵 술안주 소재로 재미있게 물고 뜯고 즐기고 넘겼다. 그런데 나는 세월이 흐르며 친구의 그 말을 점점 믿게 되었다.
친구의 어린 시절은 조금은 불운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지방에서는 갑부였다. 그런데 엄마가 암에 걸려 친구가 13살 때 돌아가셨다. 그리고 새엄마가 생겼으나, 친구는 새엄마에게 구박받는 존재였다. 그 사연을 풀자면 한도 끝도 없다. 결론적으로 새엄마는 돈과 집문서를 들고 튀었다.
그래도 친가가 넉넉한 형편이라 그게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더라. 그렇게 친구는 아버지가 다시 회생하셨어도 아버지 덕 보지 않고 살겠다며 독하게 자립했다.
그녀는 20대 후반에 자기 가게를 차렸다. 그리고 혼기가 되어 성실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평탄하게 잘 살고 있다. 그녀의 지난 시간이 평탄했냐 하면 그렇다고는 못하겠는데, 친구는 신기하게도 운이 좋다면 좋았고, 나쁜 운은 저 혼자만 잘도 비껴나갔다.
그래서 나중에 나는 툭하면 "너는 장군신이 사랑한 여자잖아"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격려나 응원을 해주기도 했다.
물론 그 친구의 이야기가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를 일이다. 사실 그런 걸 잘 믿지 않는 나로서는 여태 점집에 점 보러 가본 적이 없다. 참고로 엄마 친한 지인분이 점쟁이라 그 집은 드나들었다. 엄마는 그분께 점을 종종 보셨지만, 나는 그때도 그리 믿지 않았고, 지금도 돈 들고 점을 보러 갈 마음은 없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믿는 구석이 생겼다. 친구를 보며 더욱 그래 졌다. 귀신이나 신을 믿는다는 게 아니다. '믿음' 그 자체에 대해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금술사의 명언은 못 들어본 사람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시크릿'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내 꿈을 마음에 품고, 내가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것. 이것은 즉, 그렇게 되게 만들어진다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꿈을 꾸는 대로 모든 나의 소망들이 이루어지는 것.
그 과정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보다, 정말 나를 사랑하는 신이 하나쯤 있다고 믿으며, 나의 소망을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면, 그런 어리석고 작고 작은 신 하나쯤... 내 소원 하나, 내 갈망 하나 들어주려고 잠시 손을 써주지 않을까. 그런 믿음으로 산다면,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팍팍할지라도, 그래도 조금은 더, 아주 약간은 더행복해지지 않을까.
응징
그리고 어느 날 나를 힘들고 괴롭게 하던 어떤 사람이 있다면, 나를 사랑한 신이 가만 놔두지 않고 응징해줄 것이라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나 같은 평민은 흑수저로 태어나 백그라운드가 모래밭이니, 부모덕 바라봐야 손가락만 쪽쪽 더 빨겠는가. 그래도 나를 사랑한 어리석고 작은 신이 하나쯤 있어서, 나 대신 나를 괴롭히던 자들에게 벌도 주고 대가도 줄 지도 모른다고 나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힘들게 하고, 내게 고통 주는 모든 존재에게 그렇게 날을 세우고 살 필요도 없다. 나 대신 처리해줄 백그라운드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아니면 말구.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믿는 대로 된다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꽤나 그 이론을 믿는 자 중에 하나로써, 그 믿음을 강화시키기 위해 이런 생각을 해본 것이다.
하지만 바라기만 한다고 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바라는 대로 그려야 하고, 그리는 대로 행해야 함을 더 믿는다. 그러니 요행을 바라지 않고,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 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누가 알까. 어느 날 어느 마음 약한 신이 그런 나를 보고 어여쁘게 여길지.
그러고 보면 '조실부모하여 사고무탁하고 혈혈단신으로' 꿋꿋이 살아낸 친구의 이야기가 드라마 '도깨비'의 은탁과 조금은 닮은 듯도 하다. 도깨비 방영보다 한참 전의 일인데도.
ps. 나중에 친구가 말해줬다. 자기 집안에는 무녀(점쟁이)가 둘 쯤 있었다고. 갑자기 지난 이야기들이 훅 신뢰도 높아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