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최대한 시원한 복장이 뭐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늘 외출엔 검정 바탕에 하늘색 꽃무늬가 있는, 비칠 듯 말 듯 하늘거리는 긴 원피스 차림이 낙점됐다.
창 넓은 밀짚모자를 썼지만 따가운 햇살 아래 드러낸 양 어깨가 안타까워 보였을까. 길을 걸어가는데 웬 검은색 레이스 양산 하나가 뒤에서부터 살며시 내게로 와 기운다. 순간 의아했다.
"뒷모습이 하도 예뻐서... 팔 그을라 같이 씁시다."
마스크 위로 웃어 보이는 눈매가 깊고 선해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었다.
"감사해요. 근데 앞모습이 아니라서 죄송해요."
이 나이에 뒤태가 예쁘면 얼마나 예쁘랴 마는 아무튼 우스개로 답하며 기분 좋은 걸음으로 지하철 역까지 함께 걸었다.
며칠 전 남편에게 있었던 일이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합시다, 라는 안내 멘트에 화들짝 놀랐단다. 그제야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용감하게 역까지 걸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출근길에 마음은 급하고 난감해하는데, 승차하려던 한 분이 하나 드릴까요, 하며 가방에서 슬며시 마스크 하나를 내밀었다. 정말 고맙더라며 연거푸 전하는 남편의 말에 내 마음까지 데워진다.
이후 내 가방에는 서너개의 마스크가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날의 남편도, 오늘의 나도, 작은 배려 하나, 말 한 마디가 온종일 기분을 업 되게 하는 힘이랴. 건조한 이 세태에 작은 마음 씀 하나가 넉넉한 품으로 다가온다.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코로나 19 표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