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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浮石寺

by 김두선

부석사浮石寺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신경숙의 소설 '부석사'를 읽고 난 후였다.

책 속에는 책명과는 다르게 정작 부석사는 나오지 않는다. 찾아가는 과정으로 끝나는 미완성 소설. 그래서 궁금증을 유발한 그 부석사를 오래도록 기억했다가 찾은 것은 책을 읽고도 몇 번의 봄과 여름이 지난 다음이었다.



딸과 함께 부석사를 가는 길은 웃음 한바탕이었다. 소설 배경과는 달라서 아하, 이런 게 소설이지, 하며 오류의 체계에서 문득문득 빠져나와야 했으니까. 단조롭고 편한 길이었고, 숲 속을 헤매지 않아도 됐고, 없다던 표지판도 잘 설치되어 있었다. 소설가인 지인 한 분이 역사물을 쓸 때마다 곤혹을 치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매번 작품을 발간하고 나면 그 얘기 진짜야? 하고 묻는 지인들 전화 세례에 몸살을 앓는다던.



부석사를 찾은 계절은 이른 봄이었다. 천왕문 입구를 오르는 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가 소설에서처럼 사과나무인지는 나로서 알아볼 재간이 없었다. 더러는 목피만 보아도 무슨 나무인지 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외한인 내게는 아직은 잎을 다 털어버린 나목으로 서있는 이른 봄이니 더욱 그랬다. 가로수 뒤로 길 가장자리에는 돌탑 무더기가 군데군데 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저 수많은 돌멩이 하나하나를 쌓으며 무슨 절절한 소원을 저리도 빌었을까. 차마 사람으로는 풀 수 없어 절대자의 손에 매달린. 저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아픔과 고통과 애환이 느껴져 잠시 콧등이 시큰했다.



절 마당은 잔치 끝날처럼 한산했다. 드물게 눈에 띈 한 스님과 마주쳐 목우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현재는 칠 수 있는 스님이 없다고 했다. 시절 따라 출가하는 사람이 드물어 사찰 지키는 스님마저 부족한 실정이란다. 참으로 물질만능이 팽배한 세상이니 누가 굳이 금욕하며 불도의 길에 입문할까 고개가 끄덕여졌다.

부석사 목어



부석사의 설화를 증명하듯 절 맨 뒤쪽 무량수전 왼편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돌 두 개가 어긋나게 떠 얹어져 맞대어 있었다. 이 돌이 바로 의상대사의 능력을 증명하듯 공중부양을 했다는 돌이란다. 한쪽 눈은 감고 다른 한쪽 눈은 가늘게 뜬 채, 정말 틈이 있나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바늘 틈만큼 떠 있다는 그 틈이 내 눈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무튼 이 설화를 기원으로 뜰 부浮 돌 석石. 뜬 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졌다는 부석사.



높은 데서 내려다 뵈는 사찰의 규모는 꽤나 컸지만 건물 하나하나는 아담하고 정갈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것이 마치 그 자태가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단아하여 웅장하기보다는 소담스레 보인다고나 할까.

소문처럼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앞에 서서 내려다보는 해질 무렵 석양은 탄성을 자아냈는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관록만큼이나 역사도 산새도 깊고 훌륭하여 그 아름다움에 다시금 감탄했다.



사찰을 돌아 나오며 소설 속 주인공이 헤매다 밤을 새운 눈 쌓인 벼랑이 어디일까 하여 찾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편편한 도로와 사찰 가까운 어귀까지 마련돼 있는 넓고 깨끗한 무료 주차장을 보며, 여전히 착각 속에 매몰되어 있는 내 어리석음에 다시금 실소를 금치 못했다. 펙트와 허구를 버무려 개연성과 갈등과 긴장감을 풀어내는 소설가의 기발한 창의력.


'소설은 아무나 쓰나'


노래 한 소절을 딸과 함께 개사하여 읊고는 선비 마을로 알려진 무섬마을로 건너가 하룻밤을 묵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을의 부석사를 다시 찾고 싶다는 미련을 마음 속에 아둔 채...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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