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크'라는 신조어가 유행한지도 꽤나 됐다. '사기+마스크'의 합성어로 '마스크로 사기 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실망감을 에둘러 표현한 말일 테다.
나야말로 그동안 마스크 덕을 톡톡이 보았다. 게으른 탓에 눈 화장만 신경 쓰면 되는 것도 좋았고,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착용하면 불편한 사람과 마주칠 땐 슬며시 모른 척 지나갈 수도 있었다.
그뿐인가. 바닷가에 산책 나갈 때마다 흰 야구모를 눌러쓰고 선글라스에 마스크, 그리고 트레이닝 차림으로 길을 나서면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알바인들이 어김없이 언니야,라고 불러주어
볼 빨간이 되게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능청스러운 웃음 한 숟갈 흘리며 등을 더 꼿꼿이 펴고 걸었다. 생각하면 이 또한 서글픈 일 아닌가. 굳이 젊어 뵈는 게 즐겁다는 건 젊음이 그리워질 나이까지 완전히 밀려난 것을 증명하는 일이므로.
암튼 춘추로 논해야 할 나이에 '언니야'라니 민망무지가 아닐 수 없다. 마스크가 이처럼 세월을 거꾸로 돌려줄 줄이야. 그런데 어찌할 거나.
곧 마스크를 완전히 벗게 된다는데! 다시 청춘을 돌려줘야 할 생각을 하니 은근슬쩍 아쉽기까지 하다.
착각은 자유라는데… 이 착각을 위하여 아마도 나의 마스크 사랑은 쭈욱 계속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