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구 영선동을 향하는 66번 버스를 탔다.
흰 여울 문화마을.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호기심이 이는 곳이다.
갈맷길 표지판을 읽고 스스로 아연 질색한다. 2003년부터 개발에 착수하였다니...
선지자는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한다더니, 부산에 살면서 이제야 와 보는 건 아무래도 긴 게으름에 빠져 있거나 무디어진 내 감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만나고, 지금 떠나는 용기가 필요한데 말이지.
오늘은 남포동 나가는 길에 마음이 시키는 대로 무작정 옮긴 걸음이었는데 정말 잘했다 싶다.
꼬막처럼 낮게 엎드린 지붕을 내려다보며 꼬불꼬불 골목길을 돌아드니 갖가지 벽화가 선을 보인다. 7,80년대를 떠올리는 정겨운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비탈길 끝에 내려섰다.
잘 닦여진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가 펼쳐진다. 검은빛의 크고 작은 조약돌이 천연의 모습 그대로 널브러져 있다. 하얗게 튀어 올랐다 사그라지는 파도는 포말을 일으키며 지치지도 않고 바위를 향해 달려든다.
두 다리를 벋어놓고 넋을 놓고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멍 때리는 것. 정말 좋다.
아무것도 사유하지 않는 것.
그저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두는 것.
가을 바다에서 햇살을 쬐며 이처럼 천연스레 앉아 있는 것....
바다가 있고, 따스한 남쪽에 살고 있는- 부산 사람의 특권을 오래도록 누리고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