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kg의 감사

한 번 스승은....

by 김두선

살다 보면 갖가지 인연을 맺기도 하지만 내겐 유별난 인연을 이어가는 한 분이 있다. 그분은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인연의 길이로 치자면 삼십여 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 그분과 나는 미용실 원장과 고객으로 만났고 이후에는 초등학생이던 그분의 딸이, 또 얼마 후에는 그분이 내게로 와서 스피치를 배우게 되었다.


재미진 것은 상호 인간관계를 맺은 후이다.

한 해 두 번. 그러니까 설과 추석마다 그분은 16kg에 해당하는 쌀을 내게로 보내왔다. 쌀을 선물로 받게 되는 일이란 도시에서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지만 회차가 더할수록 이처럼 괜찮은 선물이 또 있을까 싶다. 하루 세끼 밥을 먹을 때마다, 그리고 쌀이 동날 때까지 한 결 같이 고마움으로 먹고 기억으로 남게 되니 말이다.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이것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게 보내오는 그분의 인연 주장설이다. 이런 특별한 생각을 가진 분이 어디 흔할까. 가끔씩 주변을 둘러보며 고마움으로 다시 마음 저미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틈새로 만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