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뜨락에서 봄을 캤다.
방풍잎, 돌나물, 쑥들이 자라서 지천이다.
이렇게 목 빼고 봄을 알리고 있었는데, 나는 오늘에야 얘들을 식탁으로 데려갈 생각이 났다.
방풍잎은 따고
돌나물은 뜯고
쑥은 캐고.
방풍잎은 뜯고
돌나물은 캐고
쑥은 뜯고?
문득 '데치다'와 '찌다'와 '삶다'가 어떻게 다른지
한국말이 너무 어렵다던 한 외국인의 하소연이 생각난다. '따고'와 '캐고'와 '뜯고'의 차이점은 또 어떻게 풀어내나.
어휘의 용법이 복잡한 것은 사고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뜻이고 감성이 그만큼 정교하다는 의미일 테다.
그 정교함을 이용하여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말꾸라지 정치인들에게로 생각의 불똥이 튄다.
쑥 캐기와 정치인. 이 무슨 생뚱맞은 조합인가. 아무래도 나랏일로 생긴 국민적 열병이 내게도 꽤나 깊어진 모양이다.
등짝에 걸터앉는 봄햇살이 서늘한 바람을 쫓는다.
채 한 시간쯤 됐을까?
뻗대어 힘을 준 무릎이 욱신하다.
쑥국을 별스레 좋아하는 딸. 파리에서 돌아올 때 맛 보이려면 아직은 더 캐야 하는데...
받는 것보다 주는 게 절대 행복인 그 에너지는 두었다 어디 쓸 겐가.
마음을 다잡고 한 시간 더 연장.
다함이 없는, 순수한 자식 사랑의 의지라고 말하면 빗대어 너무 거창한가? 아무튼 수북히 쌓인 봄나물들이 전리품처럼 흐뭇하다.
봄쑥을 장기간 보관하려면 몇 번의 수고를 거쳐야 한다. 깨끗이 잘 다듬고 손질한 쑥을 몇 차례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솥에서 건져낸 쑥을 찬 물에 식힌 다음 총총 썰어서 일회분씩 묶음하고, 비닐팩에 넣어 보관할 때는 쑥 삶은 물을 잘박하게 부어서 쑥과 함께 봉한다.
그래야 쑥이 질겨지지 않는다는 게 TIP.
봄은 구월까지 아무 데도 못 가고, 이제 우리 집 냉동실에 꼼짝없이 갇혔다.
보고 싶은 그리움도 함께 봉한다.
그런데 어쩌나. 좋아라 생글거리는 딸의 모습이 벌써부터 내 눈앞에 턱을 괴고 앉았다.
구월은 아직도 저만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