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될까 봐

복수

by 김두선

# 복수 1

아이를 키우는데 정답은 없다.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환경도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라도 첫째냐 둘째냐에 따라 그 입장이 다르다.



딸아이 네 살 때였다. 동네에는 같은 또래지만 유난히 키가 큰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자주 괴롭힌다는 말을 했다. 속이 상했다.

넌 키가 큰 걔와 싸울 힘이 없잖아. 그러니까 도구를 사용하렴. 신발을 벗어 때려 주든가, 팔등을 이로 꽉 물어 버리든가.

어쩜 시키는 대로 기특하게 잘하는지ㅋㅋ

어느 날 저녁, 그 아이의 엄마가 찾아왔다. 이로 물면 안 된다고 혼냈더니 울 엄마가 그렇게 시켰다, 하더란다. 그녀는 배웠다는 여자가 할 짓이냐고

의기양양 항의를 해 왔지만 나는 지지 않고 대응했다.

당신 아이가 늘 맞고 오면 어떻겠냐고. 뒷감당을 할지언정 때리고 오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맞는 자식 둔 엄마의 속상함을 생각해 봤느냐고.


물론 아이는 탈리오 법칙의 진가를 톡톡히 체험했다.


복수 2


'대를 위해 소가 희생돼야 한다.'

나는 이런 대중적 정의로 아이 키우기를 거절했다. 내 어린 시절, 교과서적인 교훈은 보상은커녕 날 항상 발목 잡을 뿐이었으니까.



내 아이를 키울 때, 나는 먼저 '자기애'를 통해

자긍심을 가지는 아이로 자라기를 택했다. 내가 소중할 때 남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숙해 가리라 믿었으므로.

딸아이 2학년 운동회 날의 일이다. 아이를 앞서 등교시켜놓고 담임선생님의 도시락과 우리가 먹을 음식 준비에 한창 분주한 중이었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응?
학교에 있어야 할 딸이 거실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니?

소파에 벌렁 드러 누우며 아이가 대답했다. 한 남자아이가 제 의자를 빼앗아 앉았는데 비켜 달랬더니 이름을 거꾸로 부르며 놀리더란다.

그러더니 한 반의 남자애들이 가세해서 놀리는 바람에 화가 나서 집으로 와 버렸다는 것이다.

그 속내는 복수였다. 반 단체 무용인 꼭두각시의 대열에서 선두를 맡고 있었는데, 저 없이 혼나 보란다. 유난히 체격도 작고 약했던 아이가 무리 지은 남학생들바구니에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는 내 아이 달래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준비한 음식들을 싸서 아이 없는 운동회를 치렀다. 선생님은 고작 2학년밖에 안 된 녀석의 고집을 못 꺾고 왔냐며 닦달했지만 도무지 안 통한다는 말로 변명했다. 무용이 시작됐고 대열이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며 대충 우왕좌왕 끝이 났다.


아이의 뜻을 꺾지 않고 통과시킨 내 의도는 자기 선택과 그것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이었다.



복수 3


6학년 때였다. 여전히 약하고 작은 탓에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딸은 빌딩 속의 엄지공주 같았다. 이번에는 반장 자리를 딸에게 빼앗긴 남자아이가 끼리끼리 뭉쳐서 괴롭힌다고 했다. 나는 해결책을 일러 주었다.

다시 또 건드리거든 완전 나자빠져라. 그리고 아이들이 잔뜩 몰려들거든 실신한 듯 누웠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울어버려라. 좀처럼 그치지 말고.

아이는 거사를 복도에서 치렀다. 옆반 선생님까지 달려와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단다. 그 일 이후 6학년 졸업 날까지 딸은 괴롭힘 당한 적 없이 무사히 지났다.


체격이 작으면 만만해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착하다고, 참는 게 이기는 거라고.
엄마가 대신 혼내주겠다고.
그런 립 서비스는 가라!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힘이 생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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