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가 두 번째로 발간한 수필집을 보내왔다.
익숙한 사건 하나가 책 속에 있다.
부부 싸움 한 날. 그녀는 무조건 나섰다. 어둠 짙은 밤이 무서웠고 사람 뜸한 거리가 낯설었다.
작가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섰는데, 잠시 후 그녀를 데리러 온 것은 그녀의 친구가 아니라 자신의 남편이었단다. 하룻밤 재워 주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기껏 오기 세워 집 나온 친구를 그토록 허무하게 남편한테 양도해 버리다니.
아내로 사는 여자라면 엇비슷 닮은 일이 살면서
몇 번씩은 있음 직하다. 내 기억이 그날을 소환한다.
무작정 나섰고. 택시를 탔고. 느닷없이 밤바다를 찾고.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까지는 용감했다. 밤이 더 깊어지면 별 수 없이 하루도 못 넘기는 불발로 끝날 줄도 모르고. 찜질방...? 모텔...? 친정 집...? 친구 집...?
그래도 친구 집이 제일 만만하다 싶어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것은 거절. 남편이 집에 있어서 나올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란다. 부부싸움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다 싶어서였을까. 어느 시 한 구절처럼, 바깥에 갇히고 만 그날의 기분은 아무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들을 함께 싸잡아 괘씸죄라는 죄명으로 똘똘 말아 멍석말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으어리라는 게 있어야지!
... 그러고 보면 평생을 아버지와 다투며 살았던 어머님도 내가 자라는 동안, 단 한 번도 집을 비운 적이 없었다. 안방을 평생 지킨 여자는 안방이 감옥이 아니라 바깥이 감옥이었던 것일까.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아마도 아내들의 별 수 없는 가출 끝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불쑥불쑥 기분이 틀어질 때마다 가출이 쉬웠다면 아마도 속담은 이랬었겠지.
'부부싸움은 칼로 무 베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