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에서 여학생이 남학생과 다른 점 중 하나는 화장실 문화가 아닐까. 볼일 보러 가면서도 반드시 누군가를 동반하여 손을 잡고 가는 것.
내가 알기로 이런 일은 남학생들에게는 흔치 않다고 들었다.
나는 대체로 혼자 잘 다니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 갈 것을 요구하면 거절을 잘 못했다. 아줌마가 된 후에도 그랬다. 어쩌다 쉬는 주말, 이웃집 새댁이 장 보러 가자고 찾아오면 갈 일도,
갈 마음도 없으면서 어정쩡 따라나서곤 했다.
* 자기 의사를 밝히는 NO를 잘해야 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심부름을 시킬 때에 나는 기꺼이 절차를 지켰다.
미안한데 심부름 좀 해 줄 수 있니?
아니오, 지금은 안 돼요
왜 안 되는데?
종이접기 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얼마나 기다리면 되겠니?
삼십 분쯤요.
엄마가 많이 바쁜데 먼저 해 주면 안 될까?
그러면 아이는 흔쾌히 나서기도 했고, 때로는
'NO' 앞에서 내가 물러서야 하기도 했다.
이런 나를 남편은 못마땅히 여겼다. 아이들 뜻을 너무 살린 나머지, 도무지 심부름 하나를 마음대로 시킬 수 없다는 지청구를 듣기 일쑤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원칙을 꺾지 않았다.
자기 의사를 존중받는 것. 자기 뜻을 분명히 전달
하고 인정받거나 이해받는 것. 그런 체험이 쌓일 때
YES와 NO의 선택 앞에서 자기 뜻을 멈칫되지 않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