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로 문경 기행을 떠났다. 시간을 금쪽같이 쪼개어 쓰는 딸이 한 해에 두 번은 꼬박꼬박 시간을 내어 주니 내겐 시간이 금이 아니라 딸이 금쪽인 셈이다.
늘 문경새재가 궁금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장구를 배우고 우리 민요를 즐겨 부르게 되면서부터인 듯하다. 입술 새로 민요 한 소절이 절로 흘러나온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굽이야~ 굽이 굽이 눈물이로구나.'
풍경을 뒤로하며 길을 품고 달리는 차 속에서 문경이 산새 깊은 고장이라는 건 가히 한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점촌에서 문경으로 가는 길목에 지금은 폐쇄된 가은 역을 먼저 들렀다. 역은 제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다소곳한 카페로 단장되어 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은 역사를 소개한 글을 카드처럼 꾸며 벽의 곳곳에 장식해 둔 것이 무척 정감 있게 보인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빈 철둑길.
곁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저 멀리 산자락 사이사이로 널린 저녁 햇살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다 죽어버린 듯한 적막감. 지금이라도 달려올 것만 같은 기적소리 그친 역사에서 사뭇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던 것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잔함 때문이었을까.
사십 분 가량을 기다려서야 먹을 수 있었던 마끼 아야토는 맛에 홀딱 반해 더 주문하고 싶었지만 기다림이 배가 되는 지루함을 견딜 자신이 없어 미련을 남긴 채 떠나 왔다.
숙소인 문경리조트는 골프객들로 꽤나 붐볐다. 코로나를 피해 더 넓게 열린 공간으로 도망쳐 나왔지만 곳곳에 마스크를 쓴 모습은 바깥이지만 바깥에 갇혀 있음이다. 숙소 통유리 창으로 시원하게 내다 뵈는 저녁노을이 신비감을 자아내며 산마루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열어젖힌 창 안으로 짙은 풀 향이 훅 밀고 들어온다. 온몸으로 느끼는 오늘 이 행복감은 나이 들어 많아진 시간의 넉넉함과, 그래서 훌쩍 떠날 수 있는 기행의 즐거움에 있지 않을까.
늘 그랬지만 새삼 딸이 고맙고 어여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