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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의 아내로서

아파트 갑질 스토리

by 김두선


법적인 책임만 있고 권리가 없는 곳. 아파트 관리소장도 그 대표적인 자리가 아닐까.

갑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의 보호도 없고 대책

도 없는 곳이 남편의 직장이라 생각하니 소장의 아내로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한 때는 이모작으로 가슴 뿌듯하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곧 열릴 아파트 운영위원회 회장 선거를 두고 최근

에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법적으로 연임이 허용되지 않음에도 계속하고 싶은 회장의 술책이 도를 넘는다.
동대표회의에서 선거 시행이 의결되었고, 법적인 근거를 제시해 보였건만 주민들이 알지 못하도록 회장은 선거 공고문을 아예 붙이지 말란다. 출마할 사람이 없는 경우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하루만 붙이고 떼란다. 막무가내다.

공고일 안내는 20일간이다. 그리고 이런 일에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모든 법적인 책임은 소장 몫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무슨 수라도 생긴 것일까. 이번에는 공고문 붙이는 일을 선거관리 워원회에 맡기고 소장은 손을 놓으라는 압박에 이르렀다.


선거 관련 업무란 간사로서의 소장이 총괄해야 하는 고유 업무이다. 더구나 임의로 구성되어 사전 지식이 없는 아파트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소장의 도움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 자체가 억지 춘향이다.

그 자리가 뭐라고! 숨은 야심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꾸 이렇게 부딪치다 보니 요즘은 어깃장을 놓는

고 경리가 해야할 업무 결제까지 모두 소장이 직접 올리란다. 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또 아파트 특성상 선지출, 후결제할 사태가 급히 발생할 때도 있는데 모든 결제를 선결제, 후지출

하라니. 급박한 사태에도 손 놓고 있으란 말인가. 이런 행태라면 소장이 선지출 처리한 돈은 못 주겠다고 오리발 내미는 건 아닌지. 상상 못 할 일도 아닌 듯 싶다.


'최저임금 적용'의 기준마저 없다 보니 소장 임금이 경비원이나 관리기사 임급과 맞먹는 상황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법을 거절하고 자존심을 생각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게 답이지만, 생계를 담보로 일하는 사람에게 인내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 그 한계점이 보이지 않는다.

법적 자격만 부여해놓고 법의 보호는 없이 책임만 있는 탁상행정을 바로 잡을 방법은 없는 것인지.



갑질 문화 앞에 작아질 수밖에 없는 약자는 오늘 하루 버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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