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기쁘게 일하고 충만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성공이다
나는 만약 사람들이 어린이를 그냥 내버려두고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으면 결국은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서 성공의 척도는 ‘기쁘게 일하고 충만된 삶을 영위해 나가는 능력’이다. 이런 척도에서 보면 서머힐의 학생들은 모두 장래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자유로운 어린이들이 수학, 지리, 역사 등에서 기쁨을 갖는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자유로운 어린이들은 여러 학과 가운데 자신들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일, 즉 나무에 조각하기, 쇠로 작품 만들기, 그림 그리기, 연극하기, 공상하기 및 재즈 듣기 등으로 보낸다.
어린이들은 서머힐을 제외한 모든 주위 환경이 공부는 찬성하고, 노는 것은 반대한다는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유교육은 열두 살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거의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이와 반대로 열두 살 이상의 어린이들에게는 이들을 비자립적으로 만들었던 교육에서 벗어나 교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부모의 바람대로 아이들이 성장해주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몸이 건강하게 자라서 튼튼하게 되고, 아이들 사이에 리더십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자식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은 불행해진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하여 아이에게 고통을 주고, 어느 경우에는 아이 스스로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성장 자체를 지켜보면서 성장에 기뻐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경희는 금은방을 하는 아버지와 자녀를 사랑하는 엄마, 남자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있는 동안에 경희의 웃음소리가 무리 밖으로 빠져나오는 새어나오는 아이였다. 어느 날에는 담임교사와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였고, 그 시간동안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경희가 어느 날 고민이 있는데 상담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퇴근한 후에 학교 밖에서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제 성적이 엄마 아빠의 기대에 못 따라간다. ‘너만 공부 잘하면 우리 집에는 아무 걱정이 없을텐데.’라고 하니 제가 죽으면 엄마 아빠가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며 울면서 “자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부모님이 경희가 자살하면 평생을 슬퍼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경희의 성적이 지금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서 경희의 삶이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고 위로하고, “다음에 다시 자살하고 싶은 때에 선생님에게 꼭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했다. 경희는 고등학생이 되어서 나를 찾아와서 그 때 있던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니 깔깔깔 웃으면서 자살할 일이 없다고 했다. 경희는 중학시절에 성적이 나쁜 편이 아니었다.
경환은 성실하고 키도 크고 멋진 아이였지만 성적은 늘 바닥에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진학할 학교를 결정할 때에 그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먼 곳의 학교를 추천했다. 진학상담을 위해서 나를 만나러 왔던 경환의 엄마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경환이가 갈 수 있는 학교를 추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며 진심으로 경환의 성장에 감사하였다. 나는 경환 어머니와 같은 분을 이후로도 이전에도 만나보지 못했다. 아이의 성장에 감사하고, 성적으로 아이를 낙인찍지 않은 부모가 어디 흔할까?
장미는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성실한 아이였다. 성적은 늘 바닥에 있었다. 진학 시기가 다가와 진학 문제를 상담하던 장미는 “제가 갈 수 있는 학교는 없을텐데, 어떻게 해요?”라고 슬피 운다. “장미야, 선생님이 장미를 어떤 학교던지 보낼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까지처럼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즐겁게 생활하렴.”하고 달랬다. “제가 갈 수 있는 학교가 있어요?”라고 묻는 장미에게 “선생님 믿지? 걱정하지마!”라고 말하고 표정 밝아진 장미를 보냈다. 그리고 장미는 고등학교에 어려움 없이 진학했다.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견뎌내어야 할 어려움은 얼마나 큰 것인가?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 자체에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안다면 아이들은 어려움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나이 육십이 되어, 고등학교 동창들과 회갑 여행을 함께 하는 시기에 이르러 보면 학창 시절의 성적이 인생에게 그리 큰 무게가 되지 않음을 친구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행복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부유함에 있지 않고 기쁘게 일하고, 충만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서머힐을 처음 읽을 때에 나는 아이들에게 자유교육을 하고 싶은 욕구를 받았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자라도록 하면 성공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서머힐 학교 교장인 니일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였고, 어린이들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교단에 서있는 내내 자유교육에 대한 갈망을 멈추지 않았으리라. 지금도 여전히 니일의 생각에 동의하고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