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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무 Jan 24. 2022

블로그에서 이사 왔습니다.

고민 끝에.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차곡차곡 쌓은 지 6년이 지났네요. 처음에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 어른이 되어가는 고민, 부족함의 반성문, 열등감과 자책의 흔적을 담아냈어요. 머리에 찾아온 생각을 두 세줄의 글로 호다닥 써버리고, 나름 정리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술을 마시고, 술기운을 빌려 진심을 적어낸 적도 많았습니다. 어리석은 시간을 지나왔네요. 그렇지만 차곡차곡 글을 쌓으며, 실력도 생겨났어요. 머리에 찾아온 생각을 수 없이 곱씹고, 긴 호흡 속에서 고민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고민의 흔적을 담아 장문의 글로 써내는 것이 기쁨이 되었고, 스스로에게 “습관적 글쓰기 프로젝트”를 부여했어요. 습관적으로 글을 쓰며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차곡차곡. 그러다 네이버에서 브런치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빠르게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 나름의 기획으로 신청서를 냈고, 실제로 ‘스물둘의 이땡록’이라는 젊음 가득한 연재를 이어갔습니다. (지금은 감추어 두었지만요..) 그 후로 브런치와 블로그를 함께 사용했어요. 그런데 두 플랫폼의 호흡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로그는 아무렇게나 쓰고, 마음껏 올려도 부담이 없었어요. 그런데 브런치는 무언가 잘 써야 할 것 같고, 연재나 기획된 글쓰기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입니다. 하나의 글을 쓰면서 호흡이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양발에 다른 신발을 신은 듯한 기분이었죠. 그래서 선택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내게 더욱 알맞은 플랫폼은 무엇인가?’


정확하게 세운 기준은 없었습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글은 어떤 글인가? 글을 통해 수익을 낼 것인가? 에세이 작가로 출판을 하고 싶은가? 등등의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곱씹다 과감히 블로그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담아둔 블로그를 멈추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 제게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호흡법을 갖고 있으니, 익숙한 것을 뒤로하기 두려웠던 것이죠. 그럼에도 내려놓을 수 있던 이유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긴 호흡의 글과 계획하여 작성하는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 졌으니, 익숙함을 놓고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게는 관성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듯, 글을 쓰는 것이 편하고 답답함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한참 동안 글을 못 썼습니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는 것도 두렵지만,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0에서 출발하는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강하게 찾아왔습니다. 0까지 가는 것도 힘겨운 싸움이었어요. 글을 쓰는 것에 두려움이 생기다니,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나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결정합니다. 브런치에 긴 호흡과 계획된 글을 ‘블로그에 글을 쓰듯이 써보기’로 했습니다. 제게 가진 인식의 틀을 깨고, 두 플랫폼의 문맥에서 탈주를 시도하려 합니다. 물론 이건 제 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냥 한 번 해보려고요. 그런데 사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브런치의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진 독자’였습니다. 블로그는 주로 봐주던 사람이 보고, 검색이나 알고리즘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정말 적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는 예상하지 못한 분들이 봐주시고, 라이크를 눌러주시는데 그게 어찌나 기분 좋고 부담되는지. 그래서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글이 살아 숨 쉬고,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천천히 소통하고 호흡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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