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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Feb 13. 2019

더 오래, 더 즐겁게 걷고 싶다

걷는 사람, 하정우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판단할 때 글을 얼마나 화려하고 논리적으로 잘 써 내려가는지, 그것은 나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책이 나에게 흔적을 남기는지는 글의 행간에 담긴 진심의 유무가 좌우한다. 수려한 어휘를 사용하며 문장을 가지고 노는 작가라도 진심이 아니라면 문단과 문단 사이 어디쯤에서 포기하고 만다. 지루해지고, 반발감이 들기 시작한다. 필력은 진심 다음에 고려되는 문제다.


하정우의 글은 담백하고 간단명료하며, 이해하기 쉽고 진심이 묻어난다. 그가 걷는 일상과 걷는 여행을 통해 얼마나 행복한지, 걷는다는 행위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의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 담담하게 나열한 에피소드들은 나마저 걷고 싶게 만들었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두 발로 단단한 땅을 느끼면서, 땅을 딛고 내 몸을 움직이며 주위를 흘러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던 그 감각. 그러다 며칠 전, 마음이 불안하고 기분이 가라앉아 집중이 어려워 점심시간 틈을 타 옷을 챙겨 입고 길을 나섰다. 이 시간만이라도 좀 걸어야겠다고, 한 시간 정도 정처 없이 걷고 나자 마음에 얹혀 있던 불안함과 초조함은 아니나 다를까 덜어져 있었다.


걷기 전에는 복잡하고 무거웠던 마음이 돌아올 때는 단순하고 가벼워진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생긴 불안함이나 초조함도 걷고 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말끔히 사라져 있다.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아, 더 오래 더 즐겁게 걷고 싶다. 나도 따스한 햇빛을 맞으면서, 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면서 그렇게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걷고 싶다. 같이 걷는 사람이 있어도 좋겠다. 한참을 걷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행복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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