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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Apr 23. 2019

결혼하지 않고 엄마가 되지 않기로 한 선택들에 대하여

<일할 수 없는 여자들>, 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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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전업주부가 되어 육아에 전념하며 산다는 이야기는 엄마의 시대에서 이미 끝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육아휴직 후 돌아오지 못하거나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하지 못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또한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에게 벌어질 이야기는 아니겠거니, 난 순진하게도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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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로 막 이직했을 당시, 대표는 새로 시작하는 이 회사를 아이 키울 수 있는 회사로 키우겠다 했다. 그게 좋았다. 공감할 수 있고, 안심이 되는 회사 비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유능하여 배울 것이 정말 많았던 이사님은 아이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회사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현재 회사에는 스무 명이 넘는 직원이 있지만, 결혼한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 말했던 대표는 이제 아이 이야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는다.



주변 선배들과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하며 아이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이 때문에 휴직을 신청하고 회사를 그만둔 여자들은 종종 보이는데,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둔 남자의 이야기는 그곳에 없다. 그것은 그들에겐 당연하고 상식적인 선택이다. 남성들의 연봉이 더 높으니까. 그런데 왜 남성들의 연봉은 더 높은가? 지금 시대의 우리들은 성에 대한 차별 없이 동등한 교육을 받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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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친구가 있을 당시, 엄마는 나에게 자주 결혼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혼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결혼이 아니라 내 분야에서 더 좋은 성취를 이루는 것이었다. 결혼도 힘들겠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더 자신이 없어 내가 입을 다물 때마다 엄마는 이야기했다. 아이는 엄마가 봐주겠다고. 그 자리에선 알았다고 했지만,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엄마는 나일 텐데 왜 나의 엄마가 나의 아이를 키워야만 하는가?


요새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의 출간으로 봉태규 씨가 출연하는 팟캐스트를 몇 번 들었다. 팟캐스트에서 그는 이야기한다. 두 아이를 엄마와 아빠 차이 없이 서로의 일을 응원하며 지속하면서 키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라고. 그에 크게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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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닥치지 않은 문제지만, 결혼과 아이에 대한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아득하다.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82년생 김지영>부터 <며느라기>에 이어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과 이 책, <일할 수 없는 여성들>이 이 문제로부터 나를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에 이어 노숀에게 추천받은 책이었다. 팍스가 다른 종류의 삶에 대한 희망을 줬다면, 이 책은 한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팩트로 때려 막막해지는 책이라고 했다. 사실이다. 다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을 발견한다. 어렵겠지만, 가야 할 방향은 역시 그쪽이겠지 생각하게 한다.


이건 다만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이루는 남성과 여성 모두의 문제라고 정말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p.s.



지난여름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빔과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택시 기사님은 우리에게 직장인이냐 물었던 것 같고, 우린 그렇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택시 기사님은 그 후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여자가 나가서 돈을 잘 벌어오면, 남자가 안일해져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한다. 대충 일을 하다가 결혼해서 편하게 집에서 생활비를 받으라 한다.


괜찮아요. 제가 더 많이 벌면 되죠. 그랬더니 계속해서 안된다고 하신다. 그렇게 몇 번의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일하는 것이 좋고, 돈 더 많이 벌고 싶다고. 그러면 기사님은 안된다고, 그러면 남자가 일을 안 한다고. 괜찮다고, 내가 잘 벌면 된다고. 그것도 또 안 된다고. 집에서 편하게 생활비를 받으라고.



반복되는 실랑이 끝에 짜증이 난 내가 소리쳤다. 사실은 뻥이었고, 허세였지만.


"돈이 많이 벌리는데 어떡해요!!"


그제야 택시 기사님은 허허 웃으며 말씀을 멈추셨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허허. 종종 이런 과한 관심을 받는다. 여자란 이유로 괜한 염려와 잔소리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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