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상실의 기억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by 선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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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면면을 좋아하고 아꼈던 내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장면을 스스로 보는 일은 나에게도 괴로운 일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일. 그것이 비단 그 누구의 탓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놀라워하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겪어보기 전엔 모른다. 사람이 악의 없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어떤 이유와 변명을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지. 그게 나일리는 없다고 믿다가, 결국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칼을 빼내어 든 사람도, 그 칼에 맞은 사람도 상실은 누구나 다 아프다는 것.


최은영의 소설은 우리가 겪은 그 순진하게 서툴고 비겁했던 첫 상실의 기억을 다시금 수면 위로 꺼내어 보게 한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소설에서 그려진 것과 같은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고,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잔뜩 보고 나서야 끝이 겨우 났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과의 첫 헤어짐은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원망보다 비겁하고 위선적이었던 내 모습에 대한 실망을 더 많이 남겼고, 소설 속 주인공들의 회상은 곧 나의 과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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