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Feb 20. 2023

단지 우리는 아직도 오래된 친구라는 사실

<학교>


새학기가 시작되면 어떤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되었나 눈을 굴리기에 바빴다. 같은 반이 된다는 것은 정말 내 손 안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삼일절이 지나 같은 반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은 나에게 즐거운 날이기보다 두려운 날에 가까웠다.

이제 와 성인이 되어 돌이켜 보면 점심을 혼자 먹거나, 집에 혼자 가는 것이 뭘 그리 큰 문제였나 싶은데 그땐 그렇지 않았다.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는 것, 이동 수업에 함께 교재를 들고 이동하는 것 아니면 수학여행 때 같이 앉을 친구가 정해져 있는 것이 큰 안정감을 주던 때였다.

오늘은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있는 카톡 방에서 CA 얘기가 나왔다. 친구들은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다. 누가 스케이트를 잘 탔느냐는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 친해졌고, 어쩌다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게 되었을까? 아무도 제대로 기억 못하니까, 계속 모를 일이다. 단지 우리는 아직도 오래된 친구라는 사실만이 명확하다.



초등학교과 중학교 시절의 무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논리로 정해졌다. 같은 반 안에서도 아이들은 귀신 같이 호감이 가는 친구들을 구별해 내었다. 마냥 순진해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 이면에는 나름의 기준과 계산이 깔려 있었다.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단지 나는 엄청 내성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누군가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더라도 표현하기를 어려워했을 뿐이다.

집단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리고 머물러 있는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은 중학교 이후에나 가능했지만, 함께 하교하는 일은 잦았다. 다른 반이라 종례 시간이 달라도, 주번이어서 청소를 해야하는 날에도 기꺼이 반 앞에서 가방을 메고 기다렸다. 다만 10분도 안 되는 시간을 함께 걷기 위함이었다.

그때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같은 세계를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가진 성향과 취향, 가정사와 능력 모든 것을 차치하고 공유하는 일상의 세계가 동일했으니까. 우리는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했고, 하교 후 먹는 떡볶이에 박수를 쳤다. 누가 더 잘났는지 그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성적이 잘 나온들 그저 몇 문제 더 맞힐 수 있던 것 뿐이었다. 미래가 온전히 다른 삶이 될 거라 지레짐작하는 학교가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세계를 살았다.



중학교 친구들과의 대화를 지속하며 나는 이 아이들이 왜 소중한가 다시 생각한다. 나는 이들이 소중하다. 나와 나누는 공감대가 내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다르다 한들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삶을 알고 싶어 하니까. 그렇다면 그들이 알고 있는 나의 모습에게 지금에 와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함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한다. 아주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에서 배운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