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교토-1
천 년이라는 시간. 까마득하게 길고, 상상만으로도 아득한 시간의 중첩. 천 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던 도시가 있다. 유일한 곳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는 무조건 꼽히곤 하는 도시, 교토京都다.
여행을 계획한 것을 10월. 유난히 굉장했던 더위를 보내고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던 나날들이 이어지던 때였다. 이제 실무를 시작한 지 8개월이 넘어가던 차였고, 여행에 가면 바삐 돌아가는 업무와 일상 속에서 빠져나와 가만히 있고 싶었다. 마음이 가만히 있고 싶었다. 많은 생각 하지 않고, 풍경을 관조하는 며칠을 보내고 싶어 여행지는 교토로 정했다. 가보지 않아도 시간이 느리게 흐를 것만 같은 도시였고, 그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에게 3박 4일의 시간 동안 교토에만 머무냐고 물었고, 다른 이는 교토처럼 지루한 곳을 왜 여행 가냐고 물었다. 교토는 지금 한창 성수기라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실제로 교토의 숙박은 다른 계절보다 비싼 것처럼 느껴졌고, 때로 사람이 매우 많아 카메라를 꼭 안고 다녀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도시 중 가장 느린 도시임에 틀림없었고, 3박 4일 동안 부지런히 움직였음에도 교토를 다 돌아보지 못했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훌륭한 곳이었다.
아래 영상은 교토에서 찍은 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1분 버전의 교토 스케치 영상이다. 아주 짤막한 클립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진으로 전해질 수 없는 분위기를 담아오기엔 영상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므로 모아봤다.
왜 교토는 느리게 느껴질까? 그것이 단순히 천 년 동안 수도로 쓰인 도시이기 때문일까? 옛 건물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신사들이 유독 많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삶도 느린 것일까?
이 물음들에 답하고자 교토의 도시 공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으로, 공간에 대한 건축적 해석도 함께. 다음에 계속.
풀버전의 영상은 이쪽, https://vimeo.com/19517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