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Jan 02. 2017

2016년의 마지막 퇴근길

안녕, 2016

겨울이 오면서,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아예 없어져 버렸다. 여름에는 정시퇴근 후에도 한 2시간 정도는 낮처럼 밝아서 아직도 다음 출근까지 남은 시간이 넉넉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는데, 겨울이 되니 아무리 서둘러 정시퇴근을 해도 바깥은 아주 캄캄한 밤이다. 놀 시간은 없고, 얼른 집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어두운 밤.


12월 30일 금요일, 2016년의 마지막 퇴근을 회사에서는 이른 시간에 하기로 했다. 오전 업무를 본 후 점심을 먹고 한바탕 청소를 하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회사 이름으로 만든 연하장 봉투에 도장을 찍어두고 새해 준비를 마쳤다. 각자의 주말 계획들이 빠듯했기에 이른 시간에 각자의 퇴근길에 올랐다.



친구(이하 양양이)와 나는 반대쪽에서 버스를 탄다. 몰래 찍어서 양양이에게 카톡으로 보내주려고 찍었던 것인데, 생각해 보니 겨울 옷차림으로 낮에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회사 앞 도로에는 차가 많아, 신호를 기다리다가 얼른 매고 있던 카메라를 들어 10장 정도를 찍었다. 지나가는 차들을 피해, 버스 정류장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친구의 모습. 이 사진이 2016년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마지막 퇴근길에 찍은 마지막 사진.




겨울에는 유독 흑백 사진이 좋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보다 낮은 각도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 보다. 하이라이트로 날아가는 부분이 적고, 사물은 더 뚜렷하게 구분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 년의 시간을 잊지 않은 도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