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Jan 17. 2017

집의 중첩, 아파트

당신은 어디에서 살고 계십니까

2013년 1월, 겨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뚝섬 역에서 충동적으로 내려버렸다. 찍고 싶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역사 바로 앞에 정면으로 자리하고 있는 아파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아파트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자본의 논리로 효율성을 이유 삼아 개개인의 집을 층층이 겹쳐서 쌓아놓은 구조는 가성비를 높일지언정 삶의 질을 높이지는 못하였다. 높게, 싸게 쌓기 위해서 택한 벽식구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 개념을 모두 바꿔버렸다. 집은 내부를 가로지르는 벽에 의해 방으로 구분되었고, 몇십 년만에 모든 가족들이 비슷한 평면에 욱여넣어졌다. TV는 소파의 위치를 결정했고, 가족들의 행위를 결정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어느 정도 흥미롭다. 건축가로서는 같은 평면에 넣어진 사람들이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롭고,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는 같은 그리드로 깨끗하게 정렬된 창 안으로 다른 삶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는 면이 흥미롭다. 



2013년에 이어서 2016년, 다시 한번 뚝섬역에서 카메라를 들고 섰다. 3년 전에 찍었던 그 자리에서 멈췄다. 3년 전에 들고 있었던 카메라가 미러리스였던 탓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했던 화각과 노이즈를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물론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이었다.


3년 전에는 완벽히 해가 진 시각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해가 질 무렵이었다. 색은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될 수 있었고, 더 많은 세대를 센서 안에 담아낼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계시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사진이 되었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2016년의 마지막 퇴근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