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을 넘어 당신의 '다음'을 응원합니다.
아침 회의 시간이었다.
신입사원 A가 지난해 제작했던 콘텐츠 분석 자료를 공유했다.
정리된 수치와 함께, 잘된 사례와 아쉬운 사례도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다.
무엇보다 태도가 좋았다.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그래서 더 기특했고, 그래서... 더 쉽게 말을 얹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늘 태도와 노력이 돋보이는 친구지만, 이제는 태도를 넘어 한 단계 진화한 역량으로 동료와 선배들에게 자극이 되고, 보다 깊은 인정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분석을 할 때, 표면적인 것을 넘어 한 번만 더 ‘왜’를 붙여 보았더라면
훨씬 더 깊은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선배들에게 분명한 ‘Wow moment’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 분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 톤과 형식이 잘 먹혔다
타깃이 이렇게 반응하더라
이 소재와 접근법은 피해야 할 것 같다
이른바 Do & Don’t 리스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우리는 현상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고 본질적인 원인은 놓치게 된다.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힘은
“What we did”라는 결과 그 자체보다,
“Why people reacted this way”를 끝까지 파고든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콘텐츠에 반응하는 이유는
대체로 콘텐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불안, 공포, 보호 본능, 공감 같은 감정은
콘텐츠를 바라보는 각자의 심리 상태를 비춘다.
같은 콘텐츠를 보고도 반응이 갈리는 이유다.
왜 ‘공포’보다 ‘공감’이 오래 남을까?
감정휴리스틱(감정적 트리거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느낀다.
특히 보험이나 금융처럼 고관여 영역에서는
내가 대처할 수 없는 '공포'는 방어기제만 강화할 뿐이고,
'공감'은 행동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긴다.
왜 “위험하다”보다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강할까?
사람은 '위험을 인지할 때'보다
'지키고 싶은 가치나 대상'이 선명해질 때 움직인다.
이는 보호동기이론으로 설명된다.
또 사람은 복잡한 정보를 마주하면
판단을 미루고, 스크롤을 내린다.
설명이 많아질수록 반응이 줄어드는 이유다.
이는 제한적 수용모델과 인지부하이론이 말하듯,
사람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이야기 하나가
수많은 데이터보다 설득력이 있다.
내러티브&몰입 이론에 따르면,
이야기에 빠지는 순간 사람은 경계를 내려놓는다.
콘텐츠 분석의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이 포맷이 왜 먹혔을까?”가 아니라,
“그 순간, 고객은 어떤 상태였길래 이 메시지에 반응했을까?”이다.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 분석은 달라진다.
결과 설명을 넘어 사람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된다.
그날 아침,
차마 그 아쉬움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미 충분히 애쓴 사람에게
“여기서 한 발 더 가보자”는 말은
때로는 ‘한층 더 성장을 해보자’가 아니라 부담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의 작은 실수들로
조금 위축되어 보였기에,
그 말이 “더 잘해”가 아니라
“아직 부족해”로 들릴까 조심스러웠다.
열심을 더하자는 의도는 선해도,
청자의 에너지와 동기, 성향, 기반 지식,
그리고 사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도는 쉽게 왜곡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수없이 해왔다.
모든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의 속도는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그래서 시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효과 없는 타이밍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그 사람의 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딱 맞는 순간에 힘을 보태기로 한다.
콘텐츠를 잘 만든다는 건
센스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콘텐츠를 위한 수많은 기법과 구조가 수없이 제안되고 있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좋은 콘텐츠는
기법의 합이 아니라 관점의 결과다.
사람을 숫자로 보지 않고,
클릭이 아니라 감정을 보고,
성과 이전에 그 콘텐츠를 마주할 사람의 마음을 먼저 떠올리는 태도.
그 관점이 생기는 순간,
콘텐츠도 사람도,
설명하지 않아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by 제제
- 표면적 분석을 넘어 본질적 해석을 이어가고 싶은
-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장 효과적인 성장 타이밍을 늘 고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