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이 올라가면서 필요한 지능은?

직장인의 유동지능, 결정지능, 그리고 맥락지능

"제가 팀장을 맡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은 재미있는데 사람들이 제 맘처럼 따라주지 않고 한계를 짓고 회피적 모습을 보이면 불편하거든요."

대리 시절부터 팀장, 관리자가 되기 싫고 자기보다 후배가 자기 직속 팀장이 되어도 좋다고 쉽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매우 자기주도적인 친구였는데, 팀장과 관리자가 지게 되는 부담이 너무 무거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팀장부터는 내가 하지 않은 일과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반복되는 난처한 상황속에서 변명할 기회조차 안주어지거나 변명을 해봤자 팀원이나 남에 대한 원망으로 들릴 수 있기에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 성과를 높이기 위해 건낸 조언이 종종 잔소리로 간주되며 절대 고독자가 되기도 한다.

인정은 받고 싶지만 Company Ladder는 타고 싶지 않은 이유?

조직내 승진을 이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팀장, 관리자, 임원이라는 company ladder(조직내 승진 사다리)를 밟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 대리, 과장 시절에 같은 직급의 사람들보다 더 자기주도적이고,

- 더 크게 능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협업까지 잘해 공식적으로 적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 또, 자기주도적이고 일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순응'보다 '왜'를 집요하게 따져 묻는 성향도 강하다.('왜'는 일을 시작할 때, 리더가 팀원을 설득할 때 늘 중요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왜'를 매번 이해가능하게 설명하는 것은 팀장에게 엄청난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다).  

관찰한 바를 기반으로 가정해 보면, 이들은 리더로 다른 사람의 실수나 무능(?-조직내 기준이 아닌 다양한 기준과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내 기준은 획일적일 수 있기에 무능이라고 표현해 보았다)을 책임지는 상황이 억울했을 것이고, 늘 좋은 소리만 할 수 없기에 팀장으로 팀원에게 잔소리(?)를 하는 상황에 더 민감했을 지 모른다.  

또, 가늠컨대, 자기자신에 대한 이상이 높아서 팀장이 되기 까지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인정 받다가 말이 주는 무게와 영향을 깨달아가면서 '공격수'에서 '수비수'가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으리라.

결국, 리더가 되어 가는 과정은 자기자신(Ego)과의 싸움인 거 같다.

리더가 되어 가는 과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메타인지'를 기반으로 자기자신의 Ego와 끊임없이 싸우는 과정인 거 같다. 당장 비즈니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불만이 쌓여 팀웤이 무너지고 팀장-팀원간의 불화를 이유로 팀원이 이탈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본래의 나'라면 불편했을 상황에 대해 '내 감정과 본능'대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나를 내려두고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무너지지 말아야 하기에 그냥 착한 매니저로 주어진 상황과 팀원의 무례함(?)을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서 팀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를 먼저해야 할 거 같다. 내가 무엇때문에 이 상황이 불편한지, 상대는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팀원 자신도 모르는 행동의 근저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팀원 중에는 메타인지가 안되고, 자신이 세운 이상이 곧 자기인듯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회사는 어떤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맥락이 파악되고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수반된다면, 적어도 불편한 상황에 대해 '감정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은 자제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에 속한 우리는 계속 hands-on 실무자로 남을 수 있을까?

리더로서의 심리적 불안감과 걱정을 떨쳐 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로 남고 싶다고 할 수 도 있다. 그럴때는 자기일이 어떤 일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자질이 요구되는지, 또, 경험과 나이가 들어갈 수록 조직의 본질 상 무엇이 내게 요구될 것인지, 나이듦에 따라 인간은 어떤 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한지를 살펴보면 좋을 거 같다.

지능은 크게 학습능력, 적응능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으로 정의된다. 즉, 지능은 개인이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체계적으로 사고하며,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총합적, 전체적인 능력으로 간주된다.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은 카텔(Cattell)에 의해 창안되었다. 유동지능은 유전적 신경생리적 영향에 의해 발달하며, 새로운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반면, 결정지능은 학습과 경험에 의해 누적되며 형성되며,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후천적 능력이다.

유동지능은 사전 지식이나 문화적 기대와 무관하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수학적 추론능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의 발달 기초로 알려져 있다. 유동지능의 대표적인 능력에는 추리력, 수학적 문제해결 능력 등이 있으며, 청소년기까지 발달하다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결정지능은 기억력, 언어능력, 산술 및 기계적 지식 등을 포함하여 학습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발달하는 경향이 있으며, 문화적 경험과 교육 경험에 의해 획득된 능력이다.

이러한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각각의 지능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개인의 전반적인 인지 능력을 형성한다.

나야말로 늘 hands-on 실무자로 남고 싶었다. 정치적 맥락, 관계는 알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내 일을 묵묵히 하면서 내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늘 업력을 키우는 것에 관심을 두고 실무를 놓치 않으려는 강박도 있었던 거 같다. 어떻게든 주어진 일을 해 내야 하는데 남에게 의존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고, 기대만큼 결과가 안나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은 세상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고, 감소되어가는 유동지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hands-on 실무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에 부합하지 않아서 균형을 깨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지시하기에 문화상 더 편한 젊은 사람들을 더 적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데 숙련도의 차이가 없는 일을 나이들은 사람에게 허용하면서 높은 월급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되어야 할 지능은 무엇인가?

질 확률이 높은 싸움판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유동지능, 결정지능, 그리고 맥락지능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해 왔던 거 같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유동지능 대신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 능력을 고양시켜주는 결정지능이 강화된다.

나이 들어서 Hands-on expert를 고집하는 것은 나의 본질적 강점이 '결정지능'에 있는데 감소하는 '유동지능'을 인정 못하고 미련을 떠는 일인지도 모른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는 것'과 'hands-on 업무에 경쟁력을 젊은 친구들만큼 유지하기 위해 배우는 것'은 마음도 다르고 경쟁력을 상실했을 때 수용하는 과정도 다를 것이다(늘 지는 싸움을 하게 되는 과정이기에 결과에 대해 유동지능이 강한 젊은 세대들과 비교한다면 좌절만 클 수 있다).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강화된 결정지능에 맥락지능을 더한다면 당신은 의사결정자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단순히 세월의 흐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진정한 지혜와 의사결정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경험과 지식으로 깊이가 더해진 '결정지능'과 문제를 둘러싼 전체 요소를 볼 수 있는 '맥락지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맥락지능'은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이 또한 '결정지능'과 함께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는 지능으로, 나의 조직 내 역할을 정의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ands-on 업무는 비교적 단순한 차원의 사고를 요하는 경우가 많기에 결국은 답이 있는 수학같기도 하다. 그래서 업무에 따라 더 재미있을 수도 있고 성과도 있어 보인다. 반면, 의사결정은 좀 더 복잡계의 생각을 요한다. 만일 문제에 정치적 맥락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때로는 '왜'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어느 단계에서는 설명을 하는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맥락에 대한 이해가 동등하지 않다면 설명해도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우리가 더 큰 맥락을 이해하고 인간의 자연적 현상을 이해한다면(유동지능, 결정지능, 그리고 맥락지능의 균형과 활용), 우리는 조직 내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깊은 지혜와 충만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

By 제제

- 잠재력이 충분한 친구들이 자신이 만들어 둔 상자에 갇히지 않길 기도하는

-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 나아가지만 지혜로운 삶의 균형점을 찾길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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