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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제제 Apr 18. 2023

직위가 깡패! 변명 또는 편견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각의 프레임


AI로 생산성 향상을 시도하면서 AI에게 생산성의 기능적 측면은 의지할 수 있지만, 사람 간 논의 과정에서  자주 벌어지는 비효율적  소통에 대해 도움을 얻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고의 틀에 대해 한번 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직위가 깡패인지라, 저보다 직위가 높고 고집불통인 A팀장을 저 같은 과장 나부랭이가 설득할 수가 없죠”


 


한 프로젝트의 상황을 점검하다가 다른 팀과 첨예한 대립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기에 물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돌아오는 말은, 직위가 깡패라 상대편이 자기보다 직위가 높아서 설득이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A팀장님은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온 분으로 자기 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시고 자기만의 방법을 고수하시기로 유명한 분입니다. 그러나, 그분이 하시는 일 자체가 실수가 있으면 안되고 정확성을 높여야 하는 일이라서 그렇게 보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분이 일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했다가 실수가 발생하면 그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또, 후배가 말한 거처럼, 중년을 넘긴 선배들 마음속에 권위의식이 있어서, 자기보다 경력도 짧고 직접 해 본 적도 없는 후배의 제안이 실무에 전혀 적용할 수 없는 얕은 제안이라고 폄하해 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그녀는 어제의 사람이다.

우리는 늘 새롭게 거듭난다.

그래서 어제의 그를 잊고 매일을 새롭게, 편견 없이 들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저 또한 A팀장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지라, 후배의 말에 어느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러나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것이 편견이든 사실이든 그런 생각의 프레임을 가지고는 협업도 어렵고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부분이 진짜 문제인지를 알기 위해서 A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봅니다. 후배의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편견으로 막혔을지도 모르는 소통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팀 후배 P를 통해 제안드린 프로젝트는 조직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꼭 진행하고 싶은데, 기획 전, 실무 전문가이신 A팀장님의 고견을 꼭 듣고 싶습니다. 제안드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우려되시는 파생적 영향이 무엇일까요?"


 


핵심은 메시지야!

톤이 아니라.


 


첫마디부터 A팀장의 짜증 섞인 한숨에 평온하던 감점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한숨에 영향을 받아 '왜 짜증 내냐'라고, '제안에 대해 답변 안 하는 합당한 이유를 말하라'고 감정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대화의 핵심달라집니다. 해결책을 내야 하는 사업적 사안에서 답을 내릴 수 없는 감정적 사안으로.



그럴 때마다 그분의 톤(Tone)이나 기분상태가 아닌 문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바쁘신데 계속 물어봐서 힘드시죠. 그런데 정말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전문가이신 A팀장님의 의견이 꼭 필요합니다. 이 기획이 실무전문가들의 의견 반영 없이 기획되고 진행된다면 정말 실효성 없는 work for work(일을 위한 일)이 되겠죠. 저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어떤 답변은 그 영역에 실무 전문가로 오랜 기간의 경험을 담은 내용으로 기획 전반을 변경할 만큼 소중한, 말 그대로 전문가의 ‘고견’이었습니다. 그래서 깊은 감사를 표현하고, ‘A팀장님이 말씀하신 부분은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한 내용이고 바로 이렇게 적용하려고 하는데 맞으시냐’고 재확인했고, 그 자리에서 기획을 변경했습니다.


 


겉말과 속말!

진실을 담은 속말에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어떤 답변의 경우 겉말과 속말이 다를 때가 있다. 겉말은 ‘지금 여건과 상황상 하기 어렵다’는 말이었지만, 속말은 ‘할 일도 많은데 귀찮게 일 벌이냐’,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라서 실수할까 겁난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벌여서 성공해도 앞에서 기획하고 칭찬받는 것은 너희지 않느냐’란 것이었습니다.


진행하려고 하는 일의 조직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속 뜻을 알아챘음에도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화중 감지한 A팀장님의 고민에 대해 안심을 주기 위해 고민하신 바에 대한 해결책을 담아 다시 설득을 시도합니다.



“저도 나이 드니 일하는 게 정말 귀찮을 때가 많은데,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일이 회사의 비전 2023에서 매우 중요하고, 진행하는 순간에 귀찮을 수 있지만, 이 일이 완성되고 나면, 직무 투입시간과 완성도가 매우 올라갈 것이고, 또 아껴진 시간만큼 우리가 고민하고 있었던 다음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일은 그동안 우리 회사가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이기에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또 A팀이 전문가이시긴 하지만, 검토하려면 절대적 시간을 들이셔야 하기에 저희 팀에서 타사 사례를 좀 더 조사해서 공유드리고 단계마다 논의하면서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투입되는 시간에 대해서는 경영진에게 승인을 받아 공식적인 시간투입이 부서 내에서도 허용이 되고, 과정 중 실수에 대한 범위도 노력해서 나올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향후 성과로 인정받으실 수 있도록 KPI를 함께 추가하실 수 있도록 경영진께 제안드리고 승인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A팀장이 마지못해 응해줍니다. A팀장도 40대를 훌쩍 넘긴 직장맘으로 오랜 세월 현장에서 고생이 참 많으셨습니다.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숙련된 프로세스로 실수 없이 일을 해 내는 게 주 목표이십니다. 그래서 일을 벌여야 하는 숙명을 가진 저희 팀의 지속적인 제안에 불편함이 많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저희 팀 후배도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가 있었을 겁니다.


 


서로에 대한 편견, 그 이면에 있는 무엇이 있을까?


-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부족한 에너지,

-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오만



어릴 때는 저도 불합리해 보이는 관행에 도전했고, 선배들의 거절이 나태함때문이라 단정 지으며 비판했던 거 같습니다. 당시 과장이 막 된 제가 내 업무의 모든 분야와 조직의 생리를 다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 선배들의 거절을 함부로 폄하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고나서는 그때 선배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늠이 조금 됩니다. 이미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저의 취기 어린 제언은 그저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초보자의 얕은 제안이었을 겁니다. 결과가 너무 뻔하고 선배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기에, 친절한 설명으로 모두 다 이해를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No’를 외치셨을 겁니다.


나이 들고 또 새로이 느껴지는 바는 실제로 체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세상의 빠른 변화에 맞추지 못해서 실수를 할까 봐 하는 두려움에 압도될 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그 깊은 두려움이 새로운 일을 벌이기에 주저하게 만들고, 고답적인 태도를 고수하게 만듭니다.


 


스스로의 사고의 프레임을 인지할 수 있다면,

그 프레임을 계속 고수할 것인지 아닌지도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주면 우리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의 편견 이면에 무엇이 있든,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 편견을 고수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효과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객관성을 유지하며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물 안 개구리의 오만이든, 부족한 에너지이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든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지한 순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사고의 프레임을 계속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꿀 것인지........



스스로 그런 선택을 가진다면, 갈등이 일어난 순간에 사고의 프레임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기에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더 자유로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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