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투입하는 노력이 우리의 시장 가치를 지키는 강력한 자산이 되길
몇 해전 새로 들어온 옆부서 신입은 반짝이는 눈빛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친구였다.
출근 첫날, 복도에서 마주친 그녀의 인사는 또렷했고, 메일 한 줄에서도 '잘 해내고 싶다'는 열의가 느껴져서 내색은 안 했지만, 잘 성장해 주길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만난 그 친구의 태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인상 깊었던 반짝임은 희미해졌고, 실제로 지각과 병가 휴가가 잦아지며 팀 내 불만도 커지고 있었다. 연유를 물어보니, '요즘 동기부여가 안된다'라고 했다.
안타까웠다.
조직의 문제도, 리더십의 빈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익숙함이 만들어 낸 마음의 이완'이었다.
설레게 처음 접했던 낯선 일이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편안해지고, 편안함이 지나치면 태도도 안일해진다.
그리고 그 안일함 속에는 '이 정도면 다 알겠다, 충분하다'는 자신도 인지 못하는 오만함이 깃든다.
그녀가 놓친 것은 단순한 업무 역량의 계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단련해 나가려는 의지, 즉, 자신을 지속 성장시킬 수 있는 근육이었다.
경험과 숙련이 리스크를 줄이고, 생각과 사유가 경쟁력이 되는 시장
최근 데이터를 보면, 젊은 층(22~30세)의 고용이 줄어드는 반면, 중년층(35~49세)의 고용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IT 개발자나 고객 서비스 직군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기업은 이제 ‘배우면 잘할 것 같은 사람’을 뽑지 않는다. ‘이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본 사람’을 원한다.
경험과 숙련이 리스크를 줄이고, 생각과 사유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맞이하는 고용 시장의 모습니다.
과거에는 '젊음'이 곧 '기회'였다.
배우면 성장할 수 있었고, 기회는 시간과 함께 늘 따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와 자동화로 인한 업무 대체가 증가되면서 진정 사유하고 생각하는 문제 해결자만 남는 구조가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젊음은 더 이상 기회의 다른 이름이 아니며, 증명되지 않은 가능성, 때로는 리스크로 까지 평가받게 된 것이다.
경험은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고 있다. 돈을 주고라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일의 크기나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통해 배우고, 통찰을 얻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다.
당신의 시장가치를 계산할 때, 기업은 이제 당신의 열정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훈련된 사고력과 단단한 내공이다.
하루하루의 고군분투는 당신의 시장 가치를 구성하는 데이터가 된다.
회의에서 던진 한 문장, 실패로부터의 통찰, 갈등과 마찰 속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
그 모든 것이 훗날 당신의 생존력을 결정할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쌓일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일의 형태도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사유를 통해 문제를 풀어 본 사람, 주어진 일을 기반으로 통찰하고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의 생존 가능성이다.
당장의 불편함, 버겁고 모호한 그 시기를 견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고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내일의 불안 속에서 우리를 지켜줄 가장 단단한 방패가 될 것이다.
AI가 언젠가 인간의 일을 완전히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가 할 일은 ‘대체될 날’을 미리 걱정하며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경험을 최대한 쌓고, 그 경험을 나만의 자산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것이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단단한 생존 전략이지 않을까 싶다.
by 단호한 제제
- 우리가 투입하는 노력이, 우리의 시장 가치를 지키는 강력한 자산이 되길 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