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와인>

- 7가지 와인을 추천함

by 쑈나즈씨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11월의 제철 식재료로는 굴이나 꼬막같은 해산물과 김장의 재료인 배추, 무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선한 해산물이나 단맛이 가장 많이 올라온 채소들을 이용한 요리들은 함께 마시는 와인의 맛을 더욱 향상시켜 줍니다. 제철 식재료들과 어울릴 만한 와인들을 11월의 역사적 사건들과 매칭해서 즐겨봅시다.


프랑스 제국의 황제 #나폴레옹 1세는 제4차 대프랑스동맹과의 전쟁에서 프랑스의 강건한 국력과 육지에서의 대승을 기반으로 영국 본토로의 침공을 위해 10만의 병력을 북프랑스 불로뉴에 배치합니다. 그러나 프랑스군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버해협은 당시 강력했던 영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해군이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함대를 스페인 남부 카디스 해안으로 유인하여 영국의 해군력을 분산시킨 후 주력 육군이 본토로 진격하는 작전을 세웠으나, 영국해군의 “#넬슨터치”라는 이름의 탁월한 전략에 의해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해군은 지휘체계가 붕괴되면서 거의 괴멸 수준으로 패하게 됩니다. 영국은 전투에서 넬슨 제독을 잃었지만, 이후 백년간 해양 패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고, 프랑스는 영국과의 물리적 전쟁은 포기하되 영국을 유럽대륙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1806년 11월 21일 #대륙봉쇄령 을 발표하게 됩니다. 유럽대륙의 프랑스 영향력 아래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과 영국의 교역을 금지 시킨 조치로서 유럽 내에는 커다란 변화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대륙봉쇄령애 대한 풍자화>

당시 보르도에는 아직 샤토라는 개념이나 와인의 체계적인 등급들이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밝은색의 옅은 와인”이라는 의미로 영국에서는 #Claret(Clairet-프랑스어)로 불리며 인기를 누렸는데, 상류사회에서는 “No feast without Claret!”(#클라레 없는 만찬은 없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절대적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정부의 세입과도 맞먹을 정도로 보르도 지역에서 영국으로 수출되는 와인 비즈니스 수익이 큰 까닭에 프랑스와 영국은 이 지역의 패권을 놓고 백년간이나 전쟁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보르도 와인은 영국 국민에게도 중요한 상품이었는데, 대륙봉쇄령으로 인해 프랑스 정부의 직접 통제하에 있었던 보르도 와인의 영국 수출이 중단되면서, 보르도 지역의 클라레 재고는 쌓여가고, 생산자는 도산했으며, 영국에서는 공급물량 부족으로 클라레 와인가격이 폭등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부족한 와인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했고, 당시 영국이 가질 수 있는 옵션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되는 #포트, #마데이라, #셰리와인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들 중 셰리와인은 가격도 저렴하고, 안전한 해상루트도 확보되었으며, 공급도 빨라 영국인들은 스페인의 셰리와인에 관심을 집중하게 됩니다. 스페인은 프랑스 제국의 영향력 아래 있어 대륙봉쇄령의 대상국이긴 하였지만, 지리적으로 멀고 실질적으로 해상 패권을 영국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영국과 와인 교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스페인의 카디즈 해안은 영국 시장을 위한 최대의 셰리 공급항이 되고, 이를 수입하는 영국의 런던, 브리스톨, 플리머스 같은 곳들은 투명하거나 금빛을 띄는 셰리 화이트 와인들이 엄청나게 공급되어 “White-Wine Hourbor”(하얀술의 항구)로 불리게 될 정도로 온 항구가 스페인의 셰리와인으로 뒤 덮히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보르도 와인 생산자들의 도산으로 프랑스 상류층들도 대체품이 필요해졌으며,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와인의 공급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프랑스의 상류층들은 더 깊은 풍미의 대체품을 찾아 나서고, 군인들의 겨울 항온을 위해 도수가 높은 대책을 찾게 되는데, 이 때 혜성처럼 각광을 받게 되는 브랜디 #알마냑 이 주목받게 됩니다. 브랜디하면 일반적으로 코냑을 생각하지만, 주로 #가스코뉴 지역에서 단식 증류로 알콜함량은 코냑에 비해 낮지만 풍미가 더 깊게 생산된 알마냑은 수제 생산자들이 비교적 많아 품질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알마냑은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빛나며 “가스코뉴의 별”(Étoile de Gascogne)이라 불리웠습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속을 뜨끈하게 데워주는 알마냑을 당시 프랑스군의 원수 미셸 네이는 “알마냑은 남서부의 태양을 병속에 담았다”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11월을 위해 제안하는 첫 번째 와인은 스페인 화이트 셰리로 식전주로서 매우 잘 어울리는 드라이한 맛과 해안가와 가까운 곳에서 제조되어 염분성 미네랄을 느낄수 있는 것이 특징인 Manzanilla La Gitana En Rama를 추천합니다. 두 번째 와인은 알마냑으로 깊은 풍미와 우아한 아로마를 가진 Château de Laubade XO를 추천합니다. 당시 나폴레옹의 고뇌와 이에 아랑곳 하지 않았던 영국의 런던 항을 하얗게 뒤덮었던 셰리와 쌀쌀한 날씨 속에서 프랑스 병사의 몸을 녹여주었던 남서부 태양의 뜨거운 기운을 상상하며 즐겨보세요.


<나의 소년 시절 탐독도서, 계림문고>

어린 시절 탐독했던 추리소설의 양대산맥은 단연 셜록홈즈와 괴도 루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괴도 루팡을 처음 읽었을 때 프랑스판 홍길동전 같은 뭔가 엄청 똑똑한 의적을 보는듯, 닮고 싶은 어떤 대상이 처음으로 생긴 순간으로 기억합니다. 루팡의 작자 모리스 루블랑은 1864년 11월 11일에 출생하여 1941년 11월 6일에 사망했습니다. 출생과 사망이 모두 11월이었던 모리스 루블랑의 괴도 루팡이 던져주었던 신선한 충격과 즐거운 기억, 괴도 루팡이 세 번째 추천 와인의 테마입니다. #Lupin(루팡)은 프랑스의 전통적인 성씨로 라틴어 Lupus(늑대)에서 유래한 것으로 “늑대 사람” 정도의 느낌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고구려 부족들이 계루부, 소노부 등 동물 상징으로 모여 살았던 적이 있고, 단군신화는 부족간 대결에서 곰부족이 호랑이부족을 이긴 결과라는 해석이 있듯이, 그런 종류의 동물 상징을 이용한 부족의 성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지역인 프랑스 #사부아 지역, 화이트 와인의 정점이라 평가되는 생산자로 괴도 루팡과 동일한 성씨를 가진 와인 메이커 Domaine Bruno Lupin을 소개합니다. 11월의 세 번째 추천와인은 도멘 브루노 루팡의 Roussette de Savoie Frangy입니다. #Altesse 품종 100%로 만들어 지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철학으로 만드는 매우 고급진 와인입니다. 알프스의 황제로 불리는 #Beaufort 치즈 또는 흰살 생선 카르파치오와 함께 즐기면 더욱 좋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중 한명인 애브라함 링컨이 없었으면 미국의 와인은 없었다라고 평가될 정도로 그는 정책에 있어서 지금의 하이퀄리티 미국 와인들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1863년 11월19일에는 링컨의 이름을 들어봤다면 누구나 알고있는 유명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라는 내용의 #게티스버그 연설이 있었습니다. 이 연설은 민주주의에 대한 교과서로 민주국가의 인민들은 어떤 관점으로 정부를 바라보고 대하여야 하는지를 깨우치게 된 놀라운 사건입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링컨이 서명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법안으로 Homestead Act는 고려, 조선의 사민정책처럼 서부로 이주하여 일정 기간 이상 농사를 지으면 그 토지를 거의 무상으로 지급하는 서부개척을 위한 자영농 육성 정책이었습니다. 현재 미국 국토의 10% 정도가 위 정책으로 무상 증여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매우 빠르게 서부 개척과 이에 따른 도시 성장, 그리고 인프라의 성장이 이루어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11월의 네 번째 추천와인은 위 법안에 따라 토지를 증여받아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으면서 훌륭한 퀄리티의 전형적인 나파밸리 스타일 와인을 제조하는 와인 메이커 #Shafer Vinyard의 One Point Five입니다. 짙은 색깔과 고급스러운 바디감에 메이커만의 개성있는 향을 느낄 수 있는 단단한 레드와인입니다. 미국산 블랭 앵거스 스테이크 두껍게 썰어서 특별한 기술 없이 소금 툭툭 뿌려서 편하게 구워 함께 하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링컨이 서명한 또 한가지 법안인 Morrill Act은 당시 인문학 등이 중심이 된 미국 대학 교육을 생산성 향상 중심의 농업/공업 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토지를 각주의 주립대학교 설립 재원으로 지원했던 정책입니다. 이 법안을 통해 설립된 캘리포니아의 UC Davis가 수많은 명문 나파밸리 와인 메이커를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을 도맡아 하게됩니다. 이에 따라 생겨난 여러 와인 메이커중 11월의 다섯 번째 추천 와인은 Paul Draper와 UC Davis가 협업하여 만들어진 #Ridge Vinyard의 Geyserville Ridge Vineyards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 #Zinfandel 품종을 메인으로 블랜딩한 소노마밸리 지역의 균형잡힌 레드와인입니다. 다양한 음식들과 매칭할 수 있는 매우 편한 와인이니 마음껏 즐겨보세요.

<모리스 라벨>

1928년 11월 22일,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는 모리스 #라벨 의 “#볼레로”가 처음으로 연주되었습니다. 원래 볼레로는 느린 템포의 라틴 음악 장르인데, 볼레로 장르를 기반으로 모리스 라벨이 무용가 #루빈스타인 의 의뢰를 받고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입니다. 사실상 볼레로의 명성을 폭발하게 만든 계기는 1929년 11월 14일 아르트로 #토스카니니 가 지휘하고 뉴욕필하모닉이 연주한 미국내 초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의 반응이 너무나 폭발적이었던 까닭에 현지 언론들의 극찬이 쏟아졌으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토스카니니의 지휘가 너무 템포가 빨랐다고 불평했고,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자신의 템포만이 이 곡을 더 살릴수 있다라고 주장했는데, 급기야 작곡가가 더 이상 이곡을 연주하지 마라고 화를 내면서 극화된 논쟁 덕에 이 곡이 더욱 더 유명해지는 계기를 맞게 됩니다. 두 음악가의 관계 개선은 영원히 실패했지만, 위대한 교향곡은 여전히 우리 옆에 남아있습니다. 11월의 여섯 번째 추천와인은 관연학곡 볼레로의 이름을 따서 만든 #Fleury Bolero Extra Brut Champagne입니다. 볼레로 음악이 지닌 리듬, 점진적 고조, 그리고 절제된 긴장감 등이 이 샴페인의 스타일—우아하고 조화롭지만 힘 있게 전개되는 느낌—과 유사하다고 평가 받습니다. 와인 제작자의 의도와 실제 곡의 전개 느낌이 잘 맞아 있는지 관현악곡 볼레로를 들으면서 그 느낌을 샴페인으로 즐겨보세요.

<파울 비트겐슈타인>

교향곡 볼레로만큼 음악사에 유명한 모리스 라벨의 음악을 꼽으라면, 오스트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 을 위해 작곡한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1차 대전이 발발하자 기병대 소위로 참전하게 되는데, 이때 오른손을 잃고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지내게 됩니다. 절망하지 않고 한손으로 연주를 하기로 결심하고 빈 나무 상자를 건반삼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본 덴마크 중립국 감시관이 그를 배려하여 피아노 연습을 계속 할 수 있게 됩니다.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온 후 여러 작곡자들에게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곡의 작곡을 의뢰하여 연주활동을 계속 했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특별히 모리스 라벨의 곡을 좋아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던 파울 비트겐슈타인은 작곡가들을 초청하여 와인을 대접하는 일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가 작곡가 모리스 라벨도 초청하여 작곡을 부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한때를 역사학자들은 “그리칭의 와인 테이블”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왼손 협주곡의 초연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자기 방식대로 음악을 바꾸려했고, 이런 일방적 변경을 극도로 싫어했던 라벨과의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추후 화해를 위해 함께 앉았던 그리칭의 와인 테이블에서 술을 즐겨하지 않았던 라벨이 “저는 빈에서는 음악만 연주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좋은 와인도 배워갑니다.”라는 얘기를 하자, 비트겐슈타인이 크게 웃으며 즐거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위대한 음악이 탄생하고, 멋진 우정이 생겨난 그리칭의 와인 테이블에서 그들은 무슨 와인을 마셨을 까요. 감히 추측해본다면, 오스트리아 빈 전통의 Wiener Gemischter Satz 종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왼손을 위한 협주곡과 함께 11월의 일곱 번째 추천와인, Wieninger Bisamberg Wiener Gemischter Satz 와 함께 우리도 그들처럼 동반자들과 멋지게 우정을 나눠봅시다.


#왼손을위한피아노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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