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채희(3)

신당동 골목에서 사랑이 걸어왔다.

by 김수달

엄마 막내삼촌은 아버지의 친구였다.
동갑내기 남자 둘이 신당동 골목 대폿집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엄마는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갔다. 아버지는

누구냐고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우리 조카야.”
아버지는 엄마를 향해
조금 취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조카 참 곱다. 야"


“짜식, 맘에 들었구나.”
그 한마디에 불이 발그레해지고,
아버지는 술기운에 조금 뜨겁게,
심장은 술보다 더 빨리 뛰었다고 했다.
그 순간을 지나,
두 사람은 다방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소개팅을 했고, 수줍은 채희는 나의 아버지

(가칭 성일이) 10보쯤 떨어져 걸었고,
말보다 눈빛으로 서로를 더 기억했다.
그날 이후,
엄마의 인생과 아버지의 인생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버지를 두고
“신성일 뺨치게 잘생겼다”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조금 다르다.
아버지는 사실 귀염상이었다.
거칠고 날 선 배우라기보다,
웃으면 반달 눈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인상 좋은 아저씨였다.
엄마의 기억 속 아버지는 신성일이었고,
내가 보는 아버지는 그냥,
내 얼굴 닮은 사람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인생을 바꿨고,
그 인연 끝에 내가 태어났다.
사랑은 가끔,
얼굴보다 마음이 먼저 닮게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가족의 역사는
그렇게 어쩌면 우연처럼 시작된 것이었다.
어떤 필연보다 따뜻한,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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