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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an 07. 2023

어제까지 회사원이었던 내가 오늘은 사장님?

사장은 모르는 걸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요?

아침에 알람 없이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 이게 얼마만이야. 급하게 일어나 물 한 잔 못 마시고 뛰쳐나가지 않아도 되고 지옥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니. 몰라, 난 이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야.‘


벌써부터 성공한 환상에 취해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뒹굴거리다 같이 뒹굴거리던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는 환상에서 깨어나 침대를 벗어났다. 든든하게 아침 식사 한 후 씻고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의자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지금부터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기 위해 메모장을 열었다.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커서가 깜빡이는 것만 수백 번은 본 것 같았다.


’ 난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지...?‘


첫날부터 문제에 봉착했다. 막무가내로 문구작가, 소품 샵 사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퇴사를 했는데 너무 백지인 상태부터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누구에게 물어볼까 하다가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빈 화면만 바라보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번에 왔던 소품샵 앞까지 오게 됐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 가게 안에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멋쩍게 인사하며 가게에 들어갔더니 사장님이 저번에 왔던걸 기억하며 반겨주셨다. 안부를 물으며 대화했다. 머릿속에 맴도는 말을 언제쯤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 내뱉었다.


”저, 혹시 시간 되시면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잠시 멈칫했지만 걱정과 달리 금세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 주셨다.


” 그럼요! 어차피 이 시간대는 손님 별로 없어요! “


계산대 뒤에 있는 문으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가게와 비슷한 분위기의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업실이 있었다.


”제가 대접하려고 했는데 죄송해서 어떡해요. “


”아이 저도 커피 있는데 뭐 하러 돈 써요. 그건 그렇고 하실 말씀이 뭔데요? “


 퇴사하게 된 일, 문구 작가 그리고 소품샵 운영을 하려고 하는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못 잡다가 찾아왔다는 것까지 한참을 말했다. 묵묵히 들어주시고는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반대로 사장님이 마음을 먹게 된 계기와 여러 방법과 팁을 알려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종이에 적으면서까지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너무 좋았다고 하시면서 번호교환을 한 뒤 가게에서 나왔다.





빨리 이걸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어 빠르게 집으로 뛰어가 적어주신 종이를 보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 참을 집중해 적다 보니 어느새 밤 열두 시가 넘어가더니 눈 깜빡할 새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어쩐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많이 일을 한 것 같지만 전혀 지치거나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오히려 일이 진행되는 느낌을 받아 설렜고 앞으로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한 뒤 씻고 침대에 누운 뒤 카톡으로 덕분에 고민을 덜게 되었다, 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인사를 남겼다. 혼자 끙끙 앓고 있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나는 깜빡이는 커서만 보며 멍하니 있거나 스트레스받아 포기해버렸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고민하다 스트레스받거나 포기하지 말고 누구에게든지 도움을 요청한다면 최소 한 명은 도움의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그 대신 우리는 잊지 않고 나중에 꼭 보답해야 한다. 이후에 나에게 손 내밀어주길 원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우린 기꺼이 친절하게 손 내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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