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우선 순위

by 최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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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중에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은 너무도 유명한 말이죠. 흔히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으로 새겨지는데 저는 '가정의 화목이면 그것으로 이미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가정의 화목함과 부부의 사랑보다 다른 것들이 앞에 놓이면서 오늘날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정의 해체와 불화, 고독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같이 생각해 보고 싶은 고전의 구절이 있어요. 바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에 나오는 "군자지도 조단호부부(君子之道 造端乎夫婦)"란 말입니다. 이는 '군자의 도는 부부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말입니다. 완전한 사람, 또는 수양이 많이된 사람을 뜻하는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부의 사이가 좋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뜻이죠. 사람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학식이 뛰어나 세상에서 명성을 얻고 칭송을 받아도, 대기업 고위직에 올라 연봉이 몇 억이 되어도, 아내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제대로 산 사람이 아니라는 말과도 통하는 말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부부관계에서 군자의 예를 엿볼 수 있어요. 퇴계 선생은 부인 김해 허씨와 사별하고 권질의 딸인 권씨 부인과 재혼했습니다. 권씨 부인은 어린 나이에 사화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을 목격한 권씨 부인은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퇴계 선생은 평소 친분이 있던 귀양 중의 권질의 사정을 보아 이런 부인을 후처로 맞아들인 것이에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부인은 때문에 퇴계는 여러 가지 일로 마음고생도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일가친척들이 모두 종가(宗家)인 형님 댁에 모였을 때, 권씨 부인이 느닷없이 차려진 제사상의 음식을 집어먹으며 상에서 떨어진 배를 집어 치마 속에 숨겼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일가친척들이 모두 기가 막혀서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퇴계의 형수가 아내인 권씨 부인을 책망하였습니다.


그러자 퇴계는 ‘제사도 지내기 전에 며느리가 예절에 벗어난 일을 하였지만, 조상님들께서는 철부지가 한 행동에 그리 노여워하시지 않을 것’이라며 "형수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잘 가르치겠습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부인을 따뜻하게 감쌌다고 합니다. 퇴계 선생은 7남 1녀 중 막내라 층층이 윗사람들만 있는 집안의 제사에서 아내의 돌출행동에 바늘방석이었겠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내를 이해하여 책망하지 않고 감싸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동서를 꾸짖던 큰 형수는 "동서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야. 서방님 같이 좋은 분을 만났으니....."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날은 퇴계가 상가(喪家)에 조문(弔問)을 하러 가려고 아내가 가져온 흰색 도포를 입으려고 했더니, 부인이 옷을 다리다가 태운 부분이 있어서 이를 수선한다고 큼지막하게 빨간 헝겊으로 기워놓은 것을 발견하였답니다. 퇴계는 아내가 민망해 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옷을 입고 상가에 갔다고 합니다. 흰 도포에 빨간 헝겁으로 기워입은 것을 보고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예학(禮學)에 밝은 사람이 어찌 빨간 헝겊으로 기운 옷을 입고 문상(問喪)을 왔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퇴계 선생은 별다른 대답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퇴계 선생은 부인의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존중하였다고 합니다.

퇴계는 모든 사람에게 정중한 예와 고매한 인격, 차별 없는 인애로서 대하였다고 하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내에게도 진심으로 늘 존중하고 사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퇴계 선생은 도산 서원을 세우고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었습니다. 고상한 학설을 담은 수많은 책들 속의 명문장들보다 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던 것은 사람들이 보기에 부족한 것이 많았던 아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던 퇴계 선생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가정은 여러분을 뒷받침하는 곳인가요? 여러분은 가정을 위해서 뒷받침하는 사람인가요? 우선 순위를 말할 수 있으면 안 됩니다. 가정이 먼저이고 아내가 최우선입니다. "군자지도 조단호부부(君子之道 造端乎夫婦)"를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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