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배 Feb 05. 2022

전공은 수학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문과를 곁들인

모태 문과생이 수학과를 선택하기까지

다시 수험생이다. 전공을 정해야 한다. 문과로 8년을 지냈지만 이번에는 수학 전공하기로 했다.


중학교 때는 수학을 정말 싫어했다. 수학을 잘하면 논리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할 때마다 그런 건 책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냐며 대들고는 했다. 어렸을 때야 문제를 많이 안 풀고도 제법 성적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고등학교 때 수학으로 애를 많이 먹었다. 다른 건 그래도 1~2등급이 나오는데 수학만 4등급 내외를 전전했다. 4등급도 괜찮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내 기준에는 사실 치명적인 성적이었다.


"미국에 가서 수학 공부를 해보지 않을래?"

수학을 싫어해서 수학을 열심히 했다. 싫어하는 것에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밑을 채우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어느 날은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는데 내 문제 풀이를 보시고는 놀라신 적이 있다. 나야 아는 문제를 빠르게 풀 줄은 모르고 항상 답지에 나온 대로 정석적으로 풀고는 했는데 그렇게 답지의 풀이가 빼곡히 적힌 수학책을 보고 놀라신 모양이다. 그때 내게 잊지 못할 한 마디를 던지셨는데, 미국 가서 수학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3~4등급 학생에게 그런 말을 하기란 선뜻하긴 어려웠을 텐데. 내게는 정말 감사한 칭찬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미국에 가서 수학 공부를 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에서도 문과를 택했고 지금도 문과 전공인 언론홍보영상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결실을 이루어 수학도 줄곧 1등급을 받아왔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왜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는지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 수학은 또 다르겠지만.) 다양한 풀이 방법을 생각해낼 때마다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아마 그렇게 수학과 점점 가까워졌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처럼 수학을 공부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껍데기만 남은 수학은 가라

연세대에 다니면서도 금융수학과 통계학 등을 공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단기간 안에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받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공부가 아니라 암기에 가까웠다.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보고 풀이법을 바로 떠올려서 즉시 답을 써내야 했다. 전형적인 입시 수학처럼.


지금은 수학이 필요하다. 딥러닝은 어떤 기술이 아니라 그저 수학이다. 앞으로 더 큰 것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을 잘 닦아야 한다. 수학을 잘 알고 있으면 논문을 읽으면서도 더 큰 깨달음과 지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College도 고등학교 같다는 비판이 많다. 사실 크게 다를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한국식 입시 수학 같은 공부는 안 할 것이다. 진정으로 수학의 정수, 진실된 기쁨을 느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10분짜리 자전거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