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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ug 07. 2016

북정동 사람들

[7호] 성북동 숨은 보물 찾기 | 조영옥



만해의 심우장 보고

만감 어려 나서는데

낡은 담벼락 한귀퉁이

아름다운 북정마을

안 보면 후회한다고

꼬득꼬득 꼬드기는 말

내려가려던 발걸음은

취한 듯 고불고불 계단 길 올라간다.

좁다란 골목길 이쪽저쪽 벽에는

재개발 반대 벽보와 낙서

재개발 하겠다는 죽일 놈들 이름이

서툰 손글씨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살벌한 길 비집고 오르는 그 끝

성북동 비둘기가

인사를 한다

언제 화내고 그랬냐는 듯

누덕누덕 북정 까페 앞 노천 탁자에는

구수한 일상이 소주병과 뒹군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더 높이 올라가고 있는

숨 찬

두 노인





서울 도성 성곽 아래

높다랗게 앉은 북정마을

재개발과 발전의 달콤한 유혹도

그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 한다

아름다운 마을이

어디 있어

살고 있는 사람들 마음이

아름다운 게지

지붕은 푹 꺼져 있어도

마음은 비둘기

하늘을 날지

내려가는 큰 길 양쪽

실핏줄처럼 퍼져있는 골목길

꿈틀꿈틀

삶의 숨소리

살아온 세월만큼 다진 듯

밀어도 밀려나지 않을

한발 더 내딛을

힘찬

북정동 사람들




조영옥 시인은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교직생활을 하던 중 1989년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되었다. 10년간 학교를 떠나 있다가 1998년 복직하여 작은 학교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였다. 올해 정년퇴직을 한 뒤 요즘은 그저 돌아다닐 생각뿐인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것들이 많아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다.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놀 수 있는 세상을 앞당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1990년 시집 『해직일기』 발간 후 『멀어지지 않으면 닿지도 않는다』, 『꽃의 황홀』, 『일만칠천 원』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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