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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ug 15. 2016

한옥의 보존과 활용, 그 가치를 높이자

[7호·특집] 성북동 한옥 | 글·사진 최호진



                                                                                                                                                                       

  ‘한옥’은 무엇일까. ‘서울특별시 한옥 보전 및 진흥에 관한 조례’에는 “‘한옥’이란 주요구조부가 목조구조로써 한식기와를 사용한 건축물중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과 그 부속시설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양옥’이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가 살던 모든 집이 ‘한옥’이었기에 특별히 따로 부르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전후 복구와 개발 시기를 차례로 거치면서 다세대와 아파트가 대다수의 주거 형태로 전환된 이후 우리 ‘한옥’은 진화를 잠시 멈추었지만, 우리 전통 가치와 역사적인 의미를 많은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한옥’에 대해 다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에도 ‘한옥’이 지어지고 있으며, 생활공간 내부에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한옥의 디자인을 재현하고 있다.


  1만3천여채의 한옥이 남아있다고 하는 서울특별시 내에, 종로구와 성북구에 많은 수의 한옥이 집중되어 있다. 2013년 발간된 <성북구 한옥보전 및 관리를 위한 기본구상> 보고서에 따르면, 성북구에는 35,795채의 건물이 있고, 전수조사를 통해 목구조와 한식기와, 목재 서까래가 존재하는 것을 한옥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확인된 한옥이1,618채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중에서 성북동(법정동)에 있는 한옥은 210개로 보고 되었다. (2013년 11월 기준)


  개별 한옥에 대한 분포와는 별도로, 도시 관리 계획으로 성북동과 성북동1가 일대에 2013년 11월 28일 서울특별시 고시에 의해 성북동 역사문화지구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었다. 한옥 전수조사와 지구단위계획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2014년 12월, 한양도성 외부에서는 최초로 성북동1가 105-11 주변(앵두마을 일대)와 성북동 62-17 주변(선잠단지 일대)를 한옥밀집지역으로 지정하여, 한옥개보수 및 신축시 비용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사진1] 서울시 지정 한옥밀집지역 내 멸실된 한옥


  성북동에는 많은 문화재와 서울시 미래유산 및 문화시설 등이 분포되어 있다. 성락원 송석정, 이종석 별장, 마포 최사영 고택, 최순우 가옥, 만해 한용운 심우장, 상허 이태준 가옥, 길상사, 정법사, 삼청각, 한국가구박물관 등을 통해 우리는 성북동에서 쉽게 한옥을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통하여 성북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법제도를 통하여 문화재와 관련 시설들에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외 한옥이 밀집된 지역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옥의 유지 관리에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 외에는 멸실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북구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성북구 내의 개별한옥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였으나, 서울시의 지원에 비해 그 금액이 낮아 일반 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축과 개보수 비용이 높은 한옥을 등록하여 지원 받고자 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재정 지원을 통한 소유주의 자발적인 보존을 유도하기는 아직도 제반 여건들이 부족하다.


[사진2] 상업과 주거가 혼용된 긴 필지 내에 멸실된 한옥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성북동에서 멸실된 한옥이 필자가 직접 확인한 것만 해도 다섯 개가 넘는다. 사라진 한옥은 대부분 지하철역과 가깝고, 상권이 형성된 대로변과 바로 뒷골목에 집중되어 있다. 변형되고 노후된 한옥도 있었지만 비교적 잘 사용하고 있었고, 성북동을 오가며 길에서 익숙하게 봐오던 한옥들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여러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이 공공의 경관적 가치보다는 우선순위에 놓여있다. 누군가의 욕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은 한옥과 경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상승과 한옥이라는 건축물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야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부동산 가치가 도시와 건축에서 인식하는 한옥에 대한 가치보다 훨씬 높다.


  한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향상과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종 정비계획들이나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고 발표되면, 가장 빨리 멸실 대상 목록에 올려지는 것이 한옥이다. 성북동에는 이미 사라진 한옥 외에도 철거가 예정된 한옥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면에 잘 고친 한옥을 사무공간으로 쓰는 곳도 생겨났고, 한옥 일부를 고친 후 좋은 용도를 찾고 있는 분도 있으며, 그 뼈대를 드러낸 채 새 옷을 기다리고 있는 한옥도 있다.


[사진3] 성북동 골목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한옥]


  성북구 외에서는 한옥을 옮겨서 문화시설로 활용하고 한옥 주민센터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옥 유치원도 등장했고, 불가피하게 철거되는 한옥에서 나온 오래된 자재들을 수습, 보관하여 재활용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한옥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좀 더 많은 예산 확보와 홍보를 통해 다양한 용도의 한옥 신축과 개보수 사례를 만들어, 시민 생활 가까이에서부터 한옥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로변 공공시설도 천편일률적인 파고라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기보다 전통 방식으로 정자를 짓는 것은 어떨까? 사라지는 한옥의 한 두 칸만 옮겨와도 정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하여, 지하철역 입구를 한식 목구조의 지붕을 씌우는 것도 좋겠다.


  역사문화지구를 천명한 성북동에는 문화재 뿐 아니라 많은 주거용, 상업용 한옥들이 남아있다. 성북동의 한옥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밀집된 공공 성격의 중요한 역사 경관 자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호진은 연구활동집단 ‘지음(知音)’의 대표이다. 13년 넘게 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 현장에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과 도시, 지역 연구 조사, 한옥 및 근대건축의 보존과 활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성북동천의 창립부터 함께 하여 현재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마을공동체 활동 지원, 역사문화자원 심층조사 등 성북에 많은 애정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북동천은 성북동 주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법인·단체, 비영리조직, 전문가 및 예술인들이 모여 설립한 주민 공동체로, 성북동에서 마을잡지 발간, 마을탐방 진행, 교육·문화 프로그램 기획, 지역 내 공론의 장 마련 등 마을공동체 형성과 주민간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성북동천 내 마을잡지 편집위원회가 발행하는 마을잡지이며, 7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 주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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