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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Feb 22. 2018

성북동 가로수 벌목 사건과
마을계획의 미래

[8호·특집] 성북동 가로수|글 홍수만

  지난 8월 3일 성북로 나폴레옹제과점 앞 좌회전차로 개선을 위한 공사 중 시공업체 측에서 도로 중앙에 있는 가로수를 벌목하였다. 이를 발견한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동의한 주민들이 모여 들자 공사가 중단되었다. 공사의 주체인 행정은 당황스러워했고 주민들은 발 빠르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모임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1인 시위, 퍼포먼스, 언론 제보, 반대 서명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북동 가로수 벌목 사건에 있어 행정의 환경 파괴적인 인식과 주민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성북동 마을계획단도 합류하여 주민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잠시 성북동 마을계획단을 설명하자면,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일환 중의 하나인 마을계획을 수행하는 주체로, 행정동(洞) 범위 안에서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조직이다. 지난 5년간 주민공동체 사업을 바탕으로 형성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마을자치를 이루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성북동은 작년 7월부터 마을계획단을 운영 중이다.

  주민토론회에서나 SNS에서나 가로수 벌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압도적이었다. 성북동 주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지역문화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을 단순히 살아가는 장소가 아닌 문화적 자산 가치를 공유하고 지켜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주민들이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은 그러한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어진 절차만을 답습하여 공사를 진행하다가 주민 반발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물론 공사를 추진했던 담당 공무원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한 것인데 이렇게 많은 민원과 반대의견 그리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성북구는 앞서 말한 대로 마을계획을 진행하는 자치구이고 성북동은 마을계획단을 운영 중인 곳이다. 물론 공사 계획은 2015년에 수립이 되었고 그 근원이 되는 좌회전차로 개선에 관한 민원은 담당자의 말대로 2013년부터 계속 접수되었던 것이며 가로수는 보호종이 아니기에 공사 진행에 있어 절차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마을계획을 통해 주민들의 자치력을 향상시키고 혁신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하는 행정이 왜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만큼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선 능동적이지 못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최된 주민토론회에서 중요한 주민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가로수를 단순히 사람들이 좌지우지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공존하는 자연문화가치로 인식하고, 민원과 같은 부득이한 문제가 발생해 새로운 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대상이 가로수를 포함한 공공자산에 해당된다면 주민토론회를 개최하여 충분히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게 하여야 하며, 특별 조례를 제정하여 이를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행정의 일방적인 지역 단위 계획 수립이 아닌 주민 중심의 마을계획을 운영하겠다면 더욱 그러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마을계획단 운영이 중요해진다. 지금의 마을계획은 일년 단위의 마을총회라는 주민투표를 향해 달려가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묻는 마을총회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지역의 문제가 일 년 단위로 발생하거나 해결 과제를 마련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장기적 비전 수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여기서의 제도적 지원은 단순히 규정 제정과 행정 보조 지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마을총회를 넘어 마을계획단에 참여한 주민을 포함하여 다수의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상시 운영 체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말하는 것이다.

  마을계획 이전에 실시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처럼 ‘주민이 투표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로만 사업의 성공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업을 통해 발굴된 의제들이 주민들에게 정말 유용한지 아닌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탈락된 사업들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마을계획단이 중심이 되어 주민토론회나 그에 준하는 주민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행정은 어떤 결과나 결론을 내는 주체여서는 안 된다. 현실적 제약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행정 관점의 원활을 추구하지 않고 의견 수렴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컨대 현행 법률 안에서 제한 사항이나 한계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제한이 있기에 불가라는 답변보다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적으로 어떠한 부분까지 지원 가능하다고 알려주는 것, 그리고 소수의견이 다수의 횡포나 압력에 묻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이제껏 행정이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 진행을 전제로 한 주민공청회를 경험했던 행정이 앞서 말한 관점과 입장에서 주민토론회를 지원한다는 것이 당장은 어렵겠지만 주민들에게 무엇을 요구한다면 그만큼 행정 내부의 인식 전환 및 제도 개선도 반드시 뒤따라야 앞으로 이어질 민관 협치도 본래의 의미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으로만 협치를 내세우거나 행정의 입맛에 맞는 특정 집단만 참여하는 것이 민관 협치는 아니고, 또 아니어야 한다.

  이 이외에도 주민주도의 마을계획이 되기 위해 넘어야할 관문이 있다. 바로 주민들 간 소통이다. 이번 성북동 가로수 벌목 사건으로 개최된 주민토론회에서도 드러난 문제이기도 한데, 주민 주도의 동 단위 마을계획과 주민 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그에 따른 다채로운 의견들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때로는 대립되는 의견들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며, 감정적 접근을 자제하고 경청과 배려가 필요하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리적 제안이나 방법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불미스럽게도 성북동 마을계획단장이 이번 토론회 건으로 인하여 사퇴를 하게 되었고 마을계획단 활동도 완전히 접게 되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이번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할 것 같다. 주민토론회가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누구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민토론회에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고 참여한 주민들 또는 앞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원하는 주민토론회의 상(像)을 함께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주민들 간 소통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소통의 과정에서야 비로소 지금보다 나은 계획을 수립해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소기의 성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주민 주도의 마을계획이 가능한지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평가해볼 때 지금의 마을계획은 행정 주도의 계획이다. 주어진 틀 안에서 주민들이 참여하고 계획을 수립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 정말 주민들에게 마을계획이 필요한 것인지, 주민 주도의 마을계획은 성립될 수 있는지, 주민 주도의 마을계획이 지속가능한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이 주도한다면 그만큼 주민들의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주민들에게는 이 과정이 크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담 속에도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다수 존재하고 동참하는 주민들이 늘어날 때 마을계획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것이며, 형식적인 마을계획인 아닌 살아있는 마을계획을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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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만은 돈암동에 살면서 월곡동 삼태기마을 상임활동가이고 정릉2동의 사위이며 성북동 동네공간에 터를 둔 성북마을살이연구회 대표이다. 유쾌하고 재미난 마을살이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성북구 안팎 곳곳을 종횡무진하며 밤낮 없이 고군분투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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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8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6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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