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풀이 수다회] 주민공동체운영회 활동가편(1차)
글 김기민
사진·편집 최나현
성북시민협력플랫폼은 지역활동의 주체로서 주민과 활동가 또는 조직과 네트워크 등의 활동 단위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한편, 고충을 토로하고 어려움을 나누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활동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세부사업으로서 지역사회 자가진단 : 점검과 치유, 회복의 시간을 기획하였습니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지역 내 주민공동체운영회 활동가 모임을 시작으로 관내 복지관 지역조직팀 사회복지사 모임 등 지역공동체 활동 주체 또는 지원 및 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향긋한 차 한 잔 나누며 부담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합니다. 이름하여 속풀이 수다회! 그 대장정의 첫 테이프는 성북구 내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시행했거나 시행중인 7개 지역 주민공동체운영회 활동가들과 함께 끊었습니다.
ㄱ. 여기저기 오라는 데, 가야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에요. 활동가가 가야 할 회의가 왜 이렇게 많을까요? ○○마을네트워크 주민소통회의가 있고 같은 네트워크 활동가회의도 있어요. △△△△△ 협력회의도 가야 하고.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참석하지만, 이 회의 저 회의 참석하다 보면 정작 내가 활동하는 마을에 가 볼 시간이 줄어들어요.
ㄴ. 한 달에 다섯 번 방문하고 월 $$만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아요. 제대로 하려면 다섯 번으로는 어림 없죠. 근데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선발하는 활동가는 전임으로 월급 받고 4대 보험도 적용받아요.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 지원자를 우선 선발하는 조건이 있어서 제가 활동 경력이 있다고 해도 선발되기 어려워요.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활동가인데 누구는 방문 건당 활동비를 지급받는 불안정한 반상근, 누군가는 (최대 23개월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월급 받는 상근이예요.
ㄷ. 활동가는 어디까지 해야 하죠? 주민/회원-활동가 사이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모사업 제안과 실행계획 수립, 사업 추진 및 진행, 회계 업무와 정산, 결과보고서 작성 등등 대부분의 일이 활동가들이 하도록 요구받아요. 회의 일정 안내하고 참석 요청해도 나오시는 분들은 적어요.
ㄹ. 행정은 말을 너무 쉽게 해요. 일전에 행정-주민 간담회를 하는데, 행정에서 참석한 □□□ 님이 ◇◇마을 가구수가 300가구 정도 되니 주민공동체운영회 운영위원이 35명은 되어야 하지 않냐는 말을 해요. 지금 운영위원이 15명 안팎, 그나마 회의에 참석하시는 분은 5~6명 정도인데 말이죠.
ㅁ. 주민공동체운영회가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참여자 확대 방안인데, 행정이 제시하는 지원 프로그램에는 참여자 확대 방안이 왜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요? 가령 사람이 모이지 않아 고민인데 대뜸 마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며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요. 주민공동체운영회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의 풀이 충분해야 활동도 다양해지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마을기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할텐데 몇몇 주민이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기금 교육을 이야기하면 그게 귀에 들어올까요?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교육일까요?
※ 위 내용은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대화를 위해 익명 처리하였으며, 어떤 참석자가 발언한 내용인지 바로 확인하기 어렵도록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편집·재구성하여 정리한것입니다.
속풀이 수다회는 그 이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시피 당장 어떤 답을 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성북시민협력플랫폼은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책임자들이 공무원인 것도 아니고, 주거환경관리사업 관련 거버넌스의 이해 관계자도 아닌 까닭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활동가들이 어디 가서도 할 수 없고 하기 힘든 이야기들, 그러나 하지 않고 가슴 속에 묻어두고 쌓아두면 사리가 되고 말,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대나무숲 앞에서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를 외쳤던 어느 우화의 주인공처럼 일단 속이라도 시원하게 풀어보는 자리입니다.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가슴 속에 담아두고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내는 것을 넘어, 활동가 개개인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동료 활동가들과 모여 공유하며 나만 혼자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나만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확인함으로써 '나'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그렇게 형성된 공감대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의도하고 깐 멍석은 아니지만, 편안한 대화의 장이자 쌓아둔 어려움들을 털어내는 놀이마당으로 준비한 속풀이 수다회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주에는 복지관 지역조직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과의 속풀이 수다회가 성북구 모처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혹시 이 수다회가 열리길 소망하는 영역, 분야가 있다면 은밀하게 연락주세요. 멍석, 대신 깔아드립니다. 대나무숲, 대신 심어드립니다. 여러분들은 몸안의 사리를 찾아 탑만 쌓아주시면 됩니다 :)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 지역활동가 모임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문의 co.platform.s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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