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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Mar 28. 2018

혜화문과 한양도성 성곽길 골목 사이로

[8호] 성북동마을여행 골목 탐방|글 그림 날아라코끼리·사진 하늘빛사진관

  한적한 곳에 작지만 특별한 가게를 꿈꾸며 이 골목에 자리 잡은 지도 4년. 하지만 아직도 유리문을 빼꼼 열고 ‘여기 커피도 팔아요?’ 혹은 ‘여기 사진도 찍어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 곳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날아라코끼리, 하늘빛사진관이라는 작은 간판을 단 이곳은 카페와 사진관이 함께하는 한 지붕 두 가게다.

  이 장소를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이다. 평소 사거리 모퉁이에 가게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는데 우연히 이 앞을 지나다 이곳이 딱 그런 곳이라 계속 기억에 남았었다. 인근에서 사진관을 할 때에도 길상사를 비롯한 성북동의 여러 명소들을 구경 다니거나 몇몇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었고, 그렇게 조금씩 이 동네를 알아가게 되면서 여러 예술인들이 자리 잡고 활동하는 이곳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몇 년 뒤, 이 장소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이게 바로 인연이구나 생각했다. 더군다나 밖에서 볼 땐 몰랐는데 안에 들어와서 보니 평소 동경했던 한옥이었다. 원하던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으니 더 따질 것도 없이 바로 이곳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또 혜화문 성곽길 바로 아래여서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로 성곽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서울 시내에 이런 풍광을 선사하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막상 지내보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천장이 낮아 사진관 촬영조명을 놓기 어려웠고 구역이 나뉘어져 있어 카페의 좌석을 많이 만들 수도 없었다. 오래된 곳이다 보니 툭하면 문제가 생겨 계속 손을 써야 했다. 그래도 여기 있고 싶게 한 매력을 생각하면 그런 여러 가지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것이었다.

  둥지를 튼 초반의 여름밤은 수많은 날벌레와의 사투로 기억된다. 골목 안에 늦게까지 불을 밝힌 가게는 우리 하나뿐이라 날벌레들이 집중적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렇게나 한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가게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밤에도 환해졌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골목탐방을 나서보려고 한다.

  먼저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막국수 집은 이미 다른 곳에서 이름이 난 터라 문을 열자마자 이 골목을 북적이게 했다. 사거리 주변으로는 맥주바, 스테이크집, 닭볶음탕집, 브런치카페가 있고, 혜화문이 있는 왼쪽 길로 걸어가면 이곳을 국수거리로 불리게 한 국수집들이 있다. 그 옆으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진료소인 라파엘센터가 있는데 휴일마다 진료를 한다고 한다. 골목의 끝, 우렁쌈밥집을 끼고 바로 오른쪽으로 돌면 혜화문이 보이는데, 이곳에 오르면 여기가 주택가 골목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고궁에 온 듯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원래는 이어져 있었겠지만 지금은 성곽이 끊어져 혜화문만이 오롯이 서 있다. 반대편 성곽산책로로 가려면 대로를 건너 가야하는데 최근에 바로 아래에 건널목이 생겨서 전처럼 돌아가는 번거로움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성곽산책로를 따라 가면 낙산공원과 벽화로 유명한 장수마을, 이화마을까지 도달할 수 있으니 시간이 넉넉할 때 여행하는 기분으로 산책을 나서보면 좋겠다.

  다시 혜화문으로 돌아와 반대편 성벽을 따라 내려오면 정자가 있는 쉼터가 있는데 풍경도 아름답고 운동기구도 있어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쉼터 맞은 편, 작은 골목길 안에는 아기자기한 꽃집과 공방이 들어서 있고,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갤러리 카페도 있다.

  쉼터 앞 성곽 왼쪽의 서울시장 공관이었던 자리에는 새로 전시장과 카페가 들어서게 된다는데, 10월 중순 오픈예정이라고 한다. 맞은편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우리 골목 근처에서 캐리어를 끌고 두리번거리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 옆, 담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언덕 아래에 옹기종기 모인 한옥 기와지붕들의 모습이 참 정겹고 좋아, 이 앞을 지나갈 때면 꼭 까치발을 하고 담에 달라붙어 보고 가곤 한다. 곧 나타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방식꽃예술원(마이스터플로리스트 꽃기예학원)’ 건물이 있다. 이곳에서 수업이 열리는 날엔 한아름 꽃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무리를 볼 수 있는데, 우리 가게와 잘 어울린다며 실습한 꽃바구니를 선물받은 적도 있었다.





  길을 따라 내려오면 연달아 공사 중인 건물들이 보인다. 이전까지는 간간히 보이는 정도였다면, 근래에는 경쟁하듯이 여러 군데에서 공사를 하고 한꺼번에 건물이 올라간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다시 한옥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허물고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있는데, 전부 다 완공되면 이 안쪽으로 가게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어느덧 다시 우리 가게 앞에 도착했다. 산책을 하면서 새삼 4년 간의 변화를 실감한다. 아직까지는 이 골목에 토박이 주민 분들도 많이 계시고, 오래된 가게도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지만, 바뀌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 변화무쌍한 와중에 부디 성북동이 우리가 시작할 때 꿈꿨던 것들을 오랫동안 펼칠 수 있는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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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코끼리하늘빛사진관은 중학교 같은 반 친구였던 두 사람이 각각 운영하는 카페와 사진관이다. 카페지기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관지기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한다. 종종 드림캐쳐나 테디베어 등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면서 원데이 클래스도 열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정체가 불분명해서 그냥 운영자들끼리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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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8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6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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