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북 Mar 30. 2018

성북로8길 마미공방

[8호] 우리 가게를 소개합니다|글 김민경

  이런저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작고 조용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인적이 조금 드문 곳이면 좋겠지만 그래도 사람 냄새나는 골목이면 좋겠다… 이런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작은 서점 구경을 하러 성북동에 왔다가 시골 냄새나는 사잇길에 반했다. 그 길로 부동산에 들러 이 공간을 안내받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어느새 꽉 채운 2년이 되어가는 성북동 작은 공방, 마미공방이다.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음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 따뜻한 밥을 짓는 엄마의 마음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만든 향을 한가득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미공방’이라 이름 짓고 이곳에서 매일매일 작업을 한다.

  대부분의 시간은 양초 작업을 하고 있고, 양초가 굳는 사이사이의 시간들을 뜨개질이나 캘리그래피 작업으로 채운다. 주로 양초를 만들기는 하지만 손을 움직이는 여러 작업을 하는 곳이라는 설명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직접 꽃을 말려 재료로 활용하고 있어 드물게 꽃집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언뜻 서로 연관성이 없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부지런히 손을 놀려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낸다. 작업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차나 커피를 마시며 홀로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조용하고 낮은 건물이 있는 공방의 골목길은 계절의 냄새를 느끼거나 변화하는 하늘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좁은 골목길 꺾인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눈길이 쉽게 가지 않는 공간이라 외부인의 방문이 빈번한 편은 아니다. 대개는 오후 한 시부터 여덟 시까지 열려있지만, 늦어지는 작업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불 켜진 상태일 때도 있는가 하면 정해진 시간이 지나도 문을 열지 못 할 때도 있다. 출강이나 회의 같은 외부 일정으로 문을 닫는 날들도 있어 연락 없이 오는 분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할 때도 있다. 혼자 운영하는 공간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안함이 밀려오는,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곳이다. ‘지난번에 왔는데 닫혀 있었어요’, ‘죄송해요. 오시기 전에 꼭 연락부터 해주세요’ 같은 말들은 마미공방에선 ‘안녕하세요’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마미공간의 김민경 님


  주로 개인적인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직접 향을 맡아보고 싶어 바지런히 찾아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맞이하기도 한다. 개인 취향 혹은 사용할 장소에 맞는 향이나 종류를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정유(精油, Essencial Oil)를 이용하여 직접 혼합(Blending)도 진행하고 있어 본인에게 맞는 오일 추천이나 제품 제작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있다. 향에 관해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캔들을 제작하거나 직접 본인만의 향을 만들어 향수나 방향제(Diffusor) 등으로 활용하는 수업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냄새나 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연상 효과가 뛰어나다. 향과 오일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하면 그 향에 관해 어떤 추억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좋아하는 향이 무료하고 힘든 일상에 드라마틱한 전환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향이 가진 이런 힘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손으로 만드는 짧은 수업이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시간 제약 없이 저마다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개별적 진행의 수업이라, 힘은 더 들지만 훨씬 보람차다.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맛있는 차도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최근에는 작업하고 있는 것을 구경하러 들어와서 함께 만들고 싶다며 즉석에서 수업을 제안하는 동네 주민이 생기는가 하면, 늘 지나다니며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분이 긴 시간 뜨개질을 배우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환한 미소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공방 앞에서 열린 마켓에서 알게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마다 발걸음을 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소소하고 작은 방문들이 좋다. 갑자기 변화가 빨라진 동네에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안들을 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

  늘 혼자 작업하고 있어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주변엔 나와 비슷한 여러 개의 공방들이 있다. 우리의 작업을 동네 사람들에게 소개하며 서로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을 모아 작은 마켓을 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개인이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우리가 있는 곳도, 마켓이 열리는 장소도 성북로8길인 것에서 착안해 ‘프롬에잇(From 8)’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롬에잇’은 성북동에 자리한 자기 공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섞이는 시간이다. 차곡차곡 쌓인 시간들이 어느새 1년이 되었고 지난 9월에는 작게 1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마켓은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고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열려있다.


  늘 어수선하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직도 허둥지둥하기 일쑤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꽉꽉 들어찬 곳이라서, 꽃이 있고 향이 나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서, 마음이 늘 반짝반짝하다. 즐겁고 반짝이는 기분으로 성북동 작은 사잇길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_

김민경은 건축을 전공했고 집을 설계했지만 지금은 성북동 마미공방 운영자이고, 「마이 캔들 스토리」 저자이며, 향을 만들고 뜨개질을 하고 손 글씨를 쓰는 작업자이다.


_

※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8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6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2017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혜화문과 한양도성 성곽길 골목 사이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