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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21. 2018

성북동 마을잡지, 지역공론장 조성의 주체로

성북동천 - 2018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선정 소식을 전하며


성북동천은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성북동 주민과 생활권자,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법인·단체, 비영리조직, 기획자·전문가 및 예술인들이 모여 마을잡지 간행, 마을여행, 교육·문화 프로그램 기획, 지역 현안·의제 논의를 위한 주민 공론장 조성 등 성북동 내에서 지역공동체 형성과 주민간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 희망제작소가 주관한 성북동마을학교를 통해 드러난 성북동 주민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모임을 꾸렸고, 2013~2014년에는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성북동 좋아서 사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집행하며 지역공동체 활동의 기틀을 잡았습니다. 당시 진행했던 기획 및 프로그램이 주민아카데미 성북동 마을학교, 서울지붕 첫마을 성북동 옛날사진전,  성북동 마을잡지「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창간호), 성북동 마을여행 등입니다.

2014년부터는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한옥마을 및 한양도성 인근마을 주민공동체 지원사업 등을 통해 마을잡지 간행사업을 본격 추진하였고, 2017년 12월까지 매년 평균 연 2회 잡지를 간행함으로써 지난 6년간 총 10호의 마을잡지를 발행하였습니다. 인쇄매체로서 마을잡지 발행 뿐만 아니라 콘텐츠 아카이빙 및 전파를 위해 웹진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잡지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성북동의 현안과 의제를 중심으로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실험도 시도했습니다.


2017년 사업종료 후 마을잡지 간행 지속여부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였고, 2018년 3월 총회를 통해 그간의 마을잡지 간행 활동을 꾸준히 지속함과 동시에 지난 2년의 실험과 시도를 바탕으로 성북동천이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단체로서 지역 공론장 조성의 주체이자 촉진자로서 역할을 함께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 의지를 다지고 마음을 모아 2018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였고,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그 내용을 지역사회에 공유하고자 사업제안서 내용을 소개드립니다.




작년에 진행된 성북동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간행사업(5차), 어땠나요?


2017년도 마을잡지에서는 기존에 거주자성을 중심으로 한 주민 인터뷰에서 좀 더 나아가 성북동에 사는 주민이면서 자신의 직업과 성북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의 연계를 시도해 좀 더 풍성한 인터뷰를 진행해보려고 기획했고, 그 첫 시도로 어느 연극 연출가를 인터뷰하기로 했었습니다. 인터뷰이 사전조사, 질문지 작성 및 내부 검토 등의 과정을 진행하지 못해 결국 새로운 인터뷰 기획은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마을미디어 단체로서 주민들이 궁금해하거나 논의가 필요한 현안들을 지역에 공론장에 세우는 작업으로서 동네 주민들의 보행환경, 지역개발 과정에서 의사결정 구조 및 참여 주체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잡지에 싣고자 했으나 현장에서 장을 만들고 사람들을 조직하는데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이지 못해 4회에 걸친 보행권 독서모임, 그리고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 등 공론을 모으는 초반 작업까지밖에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 패널 좌담회, 주민 토크쇼 등 계획한 나머지 과정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은 왜 못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해낼 순 없었던 건지(좀 더 노력했다면 할 수 있었을지), 이후에 다시 시도할 것인지, 시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들을 평가과정에서 검토하면서 계획된 과제와 기획을 완벽히 이행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자원활동 동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성북동천은 참여 회원 어느 누구도 급여를 받지 않고 자신의 생계를 각자 노동을 통해 해결하는 자원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주민모임으로서, 참여자들이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모임과 활동을 이끌어가는 가장 주요한 동력입니다. 

2013 성북동천 송년회,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의 성공적인 완료를 축하하며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지속되어온 자원활동 방식의 모임 운영은 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긴 것이 사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 완수를 위한 노력을 강하게 촉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기 스스로 계획하고, 할 수 있는 만큼 실행한다는 자원활동의 원칙을 져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동네 이웃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마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만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교조적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보상도 받지 않고 좋아서 하는 마음으로 해온 이 활동이 더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아는 까닭입니다.



어려웠던 점과 극복 방법


상근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상근자 월급을 주기 위해 모임이 추구하는 본질과 관련 없거나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가령 단체와 상근자 고용을 유지하고자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자원활동 중심의 성북동천 운영구조가 갖는 가장 큰 힘이었지만, 그것은 단체 활동의 자율성을 담보해주었을 뿐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자기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지역공동체 활동에 진입하는 새로운 참여자군이 꾸준히 지속되지 않는 현실에서 회원 개개인이 밥벌이와 가족부양의 책임, 그리고 좋아서 하는 활동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이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탄성이나 복원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 성북동천 또한 운영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성북동 개발계획 검토 워크숍 (17/8/5)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성북동천 회원들은 마을잡지 10호 이후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지난 5년을 매해 꼬박 간행해온 마을잡지가 앞으로 5년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부터 성북동천이 잡지 간행 외에 어떤 활동을 상상해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2017년도 사업종료 후부터 2018년 총회까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가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한 고민과 탐색의 여정이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극복하거나 해결할 묘안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힘들고 어려워도 지금 이 여정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회원들의 의지와 결정을 확인했습니다. 그 동안 좀 더 무거운 짐을 져왔던 편집위원장을 대신하여 새로운 편집위원장을 선임하고 새로운 운영담당자를 물색하는 등 어려움을 좀 더 나누기 위해 현재의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보았습니다.



사업 제안과정과 사업내용


2016~2017년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을 통해 4·5차 <성북동 마을잡지 간행사업>을 진행하면서 한옥특집(7호), 성북동가로수 특집(8호),  지역공동체 특집(9호), 성북동 개발계획 관련 주민대담(10호) 등 지역 공론의 장으로서 마을잡지의 역할을 타진해보기 위한 실험을 시범적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2017년 사업종료 후 마을잡지 간행 지속여부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였고, 2018년 3월 총회를 통해 그간의 마을잡지 간행 활동을 꾸준히 지속함과 동시에 지난 2년의 실험과 시도를 바탕으로 성북동천이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단체로서 지역 공론장 조성의 주체이자 촉진자로서 역할을 함께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올해 성북동천은 마을잡지 11·12호를 간행하고 인쇄매체로 생산된 콘텐츠를 웹진으로 발행하는 한편, 그 간의 조직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성북동의 주민모임 또는 지역단체, 주민/생활권자 개인이 동네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지역의제를 함께 발굴하며 공동의 문제의식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만남과 교류와 공론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성북동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 디미방, 굿바이 성북동 하이 동소문동 (17/8/13)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총 3개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이 과정 전반을 소상히 안내하고 더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위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사업설명회를 통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성북동천이 추진하는 공동체 사업 및 활동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사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중/주말 각 1회, 또는 일과시간/저녁시간 각 1회 등 다양한 일정에 설명회를 개최하여 특정 시간대 참석할 수 있는 주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의 주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다만 지방선거 관계로 보조금 사업으로 주최하는 대중 행사는 선거법상 제한이 됨에 따라 공식 설명회는 선거 이후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잡지간행 및 웹진발행입니다. 그 동안 해왔던 기본 사업으로, 올해도 편집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초대, 2대, 3대 편집위원장을 이어 4대 편집위원장을 선임하고 잡지간행 과정을 지원할 사업 운영담당자도 새롭게 섭외하였습니다.

세 번째는 우리 마을의 공론장을 마련하고 주민 조직간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입니다.성북동의 활동 주체들간의 교류와 소통, 관계형성의 장을 마련하고 나아가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마을의 현안을 일상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한 ‘(가칭)성북동마을넷’ 구성을 성북동 지역사회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단체로서 성북동천이 그 동안 쌓은 활동의 경험과 자산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의 관계망(네트워크) 안에서 소통과 공론의 매개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담당하여 다양한 담론 생산을 촉진하고, 이러한 담론들을 마을미디어 콘텐츠로 제작하여 지역사회에 유통하고 환기시킴으로써 지역사회가 공적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역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보겠습니다. 



2018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의 목적과 기대효과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 단체로서 성북동천은 2018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성북동 마을잡지, 지역공론장 조성의 주체로> 사업을 통해 성북동의 역사·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민의 삶과 동네의 변화를 기록하여 남기는 아카이브 역할을 넘어 이제는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들이 일상생활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동의 의제를 찾아 논의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안과 의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행동과 실행을 촉발시키는 공론의 매개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 또한 적극적으로 자임하고 담당하고자 합니다.




성북동천은 올해 총회와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준비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토대로 성북동 주민과 생활권자, 주민모임과 지역단체와의 협력 모델을 실험하며 지역공동체 기반 공익·비영리 자원활동 거점을 만들어나가는 한편, 주민들이 일상생활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동의 의제를 찾아 논의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안과 의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행동과 실행을 촉발시키는 공론의 매개자이자 촉진자로 거듭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세웠습니다. 


작년의 어려움과 고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원활동으로 진행되는 활동인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수 있고 추진력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북동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동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놓을 수 없겠지요. 주민이 주권자로서, 지역의 주체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활동해나가는 여정은 생계활동이나 영리활동과는 다른 층위의 활동이고 그에 맞는 관점과 보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거 더 많이 채워나가야 활동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성북동에서 살아가는 주민 분들과 생활권자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몫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지요. 성북동천은 언제나 열려있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기다립니다.


문의 seongbukdong.town@gmail.com

카카오 플러스친구 @성북동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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