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2동 이야기마당] 주민공론장 개최 후기
글 최연희(정릉마을기록주민이야기마당)
사진 김기민 홍수만(이상 성북시민협력플랫폼) 윤시림(정릉2동 마을계획단)
편집 최나현(성북시민협력플랫폼)
10월 7일 일요일 오후 3시, 정릉입구 교통광장에서 정릉2동 마을계획단이 주관하는 주민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정릉2동 어울더울 장터와 함께 진행된 이번 공론장의 주제는 ‘주민을 위한 공유공간이 필요해요’였는데요. 한정혜 정릉2동 마을계획단장의 오프닝에 이어 사회자 마이크를 받은 아트버스킹 김경서 대표는 정릉2동에 거주하는 주민 한 사람의 입장에서 함께 의견을 나눔과 동시에 행사의 진행을 맡아주었습니다. 주요 발언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재오(왕릉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
2014년도에 정릉2동 주민자치 프로그램에서 태조 이성계와 신덕황후의 사랑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 정릉 버들잎 사랑 ‘태평가’ 공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전국 대상도 받았지만 지원이 거의 없어 매년 버들잎 축제 공연만 올리고 있는데 제대로 된 출연료도 없는 실정입니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문화 콘텐츠인 태평가 뮤지컬을 전승하고 이를 정릉의 문화로 주민들 모두가 즐기려면 연습하고 배우며 공연도 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박정근(정릉2동 마을계획단)
주민들이 마을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회의를 할 공간도 제대로 없습니다. 해마다 정치인들이 약속하지만 안 지킨 거지요. 정릉에 제대로 된 공연장도 없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데도 없고, 젊은 사람들이 기타 들고 노래 할 만 한 공간도 없어요. 공론화를 해서 주민들이 진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연장, 아이들에게 정릉이 어떤 곳인지 알려줄 수 있는 기록관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한정혜(정릉2동 마을계획단장)
2017년에 마을계획단에서 주민들이 만들고 배우는 ‘정릉마을대학’강좌를 운영했을 때, 정수초등학교 뒤에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에코체험관을 주민 강좌 공간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2017년에만 26회의 강좌를 진행하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손으로 약도를 그려 일일이 안내하고 산들마루라는 새 이름을 붙여 손수 쓸고 닦았는데, 결국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관할 부서인 성북구청 문화체육과와 정릉2동 주민센터가 관리 문제로 옥신각신 하다가 지금은 공공근로 한 명의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위치는 나쁘지만 주민의 세금으로 해서 지어놓은 건물인데 쓰겠다는 주민들이 있음에도 이런저런 상황이 안 맞아서 못쓰게 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박성호(정릉2동 508단지 22통장)
508단지는 1300세대가 살고 있지만 매우 낙후되어 있습니다. 유일한 공간인 경로당도 지하에 있어서 바퀴벌레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갈 데가 없으니 동네 사람들은 세탁소 앞 길에 서서 이야기를 합니다. 지방에는 20-30세대만 되어도 마을 회관이 있는데 정릉은 너무 심합니다. 아이들 놀이터도 없어서 사고가 자꾸 나고요. 작년엔가 마을계획단에서 508단지 공간에 대해 안건으로 올린 적이 있지만 잘 안됐습니다. 어린이 공간, 놀이터, 경로당 등 같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빨리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권회림(정릉2동 마을계획단)
저는 정릉2동에서 6살, 3살 아이를 둔 직장맘입니다. 차가 없는 곳을 찾다보니 정수초등학교 뒤 산들마루 앞을 자주 가는데 딸아이가 늘 산들마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왜 잠겨 있는지, 뭐하는 곳이냐 물어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직장맘이라 하원한 다음에 아이들을 데려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대부분 아파트 중심의 놀이터를 전전긍긍하면서 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 자동차가 없는데 어린 아이들을 풀어놓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좀 더 안전하게 좀 더 즐겁게 흙과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정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경혜(정릉2동 마을기록자)
3개월 간 마을기록자로 활동하게 되면서 정릉을 돌아다니다보니 버스정류장 말고는 앉아서 쉴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공의 장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앉아서 잠시 꽂혀 있는 책이라도 볼 수 있는 동네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복합공간, 벽이 없는 공간 이런 교통광장 같은 것이 마련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어르신들이 가까이에서 오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꼭 생기기를 바라고 제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저도 열심히 해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김학립(정릉2동 마을계획단 고문)
정릉은 정릉2동에 능이 있기 때문에 동네 이름이 정릉이 된 건데 다른 동에 비해서 공간적인 아쉬움이 많습니다. 특히 체육시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정릉2동의 가장 중요한 장소인 교통광장은 사실 사유지였는데 과감하게 해결해서 지금의 교통광장이 되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부족한 주민 공유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와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윤시림(정릉2동 마을계획단)
정릉의 주민들이 공간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특히 문화체육시설을 많이 원하고 있습니다. 주민들 안에서도 합의점이 도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자의 요구가 다르고 그 요구를 개별적으로 할 게 아니라, 그 요구를 수렴을 해서 행정에 요구를 해야 합니다. 또한 공간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정말로 사용을 해야 하고, 그 공간을 내 공간으로 우리의 공간으로 이렇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경서(사회자, 아트버스킹 대표)
주민들끼리 공간을 찾아보고 제안도 해보고 같이 모여서 모임 같은 것들을 꾸준히 해보면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기리라 확신합니다. 청소년들은 방과 후에 갈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그러면 마을에 아이들이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고도 이야기를 하는데 먹거리와 놀거리 공간, 이런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른들과 청소년, 중간의 세대들이 이야기를 나눠서 서로의 필요에 따른 공간을 같이 구성해보면 어떨까요. 마을에서 공간은 그 이상의 의미, 공간 덕분에 주민들이 연결되고 그런 것들이 마을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입니다. 아울러 유휴공간 중에 종교 시설들이 지역공동체와 함께 해야 하고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는 개념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민공론장과 함께 열린 정이마을 어울더울 장터 운영을 도와준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이진이 관장, 홍봉기 과장은 오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감동을 전하며 복지관 공간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경서 대표는 교통광장이 공론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콘텐츠로 주민들이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처음 사회를 맡았을 때 어렵다 느꼈는데 참여해주신 주민들 덕분에 첫걸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하며, 공유공간의 필요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눈 <정릉2동 주민공론장>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 지역활동가 모임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지원 : 성북구,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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