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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pr 24. 2019

지역자립모델, 진달래처럼 매력적이었으면

[2019-5호] 작은연구 좋은서울 지원사업 결과발표회에 다녀와서

글·사진 전미희 (「플랫폼 성북」 편집위원, 정릉마을기록사업단 대표) 

편집 김기민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 운영총괄책임자)



서울연구원의 <2018년도 작은연구 좋은서울> 지원사업 결과발표회를 보기 위해 강남 나들이를 했다. 이 참관은 때마침 지역자립모델연구회(이하 ‘자모연’)의 모임시간과 겹치면서 우리가 논의하는 ‘지역자산화’와 관련된 ‘공익신탁법을 활용한 유휴 부동산 활용 및 임팩트 투자 연계’ 발표 내용을 듣기 위함이었다. 

방치된 공간을 부동산 약자에게 제공하고, 안정적인 공간 운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현행법상의 규제조항과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한 한계 때문에 민간에서 공익용으로 부동산을 신탁하기 어렵다는 내용까지 따져봐야 할 내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외계어같은 용어를 알기 위해서도 별도 공부가 필요하다. 



서울연구원 가는 길 오른쪽에 진달래가 눈을 사로잡았다. 발표회에 조금 늦는 게 대수인가, 진달래가 나를 이렇게 끌어당기는데.


우리가 시민자산화, 지역자립에 관해 체계를 갖고 논의하게 된 데는 가벼운 수다에서 시작되었다. 고양이를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하는 한 사람이 있었고, 이 상황을 활용해 고양이들과 공간에서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까라는 수다를 떨게 되었다. 마을활동에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어설프지만 아주 낮은 단계의 ‘시민자산화’까지 생각에 미쳤다. 그렇다면 지역은행이라 할 수 있는 ‘정릉신협’이 건물을 사고, 주민들에게 공간을 낮은 임대료로 임대해주는 형태로 공간해결을 하면 어떨까. 그럼 이런 논의의 과정을 시민협력플렛폼의 도움을 받으면서 진행하자는 아이디어까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자립모델연구회’라는 이름도 지었다. 말로는 참 순탄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정릉신협 박창완 이사장(사진 가운데)과의 면담 현장 


그러나 정릉신협 이사장과의 첫 만남부터 난항이었다. 사회적 경제 기업 대표 1명, 마을활동가 4명, 시플 관계자 2명에 신협 이사장까지 8명이 모인자리에서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각 단위가 신협에 요청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신협이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를 풀어놓는 자리였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논의가 정돈되지 않았고, 의욕만 갖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지역재단을 만드는 과정에 신협과 같은 사회적금융기관이 함께 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 그리고 사회적기업과 신협과의 협력모델에 대해 별도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선에서 만남은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면서 고민에 빠졌다. 신협을 생각하는 순간, 초기 우리의 생각이 한 단계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단숨에 뭐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내용을 공감시키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본격적인 시민자산화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앞서 구성원 각자가 생각하는 공공성, 공익성, 자립 그리고 지역자산화 관련 선행하고 있는 지역탐방을 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보자는 내용으로 현재 1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공익성,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포도송이’를 비유로 포도 한 알 한 알이 모여서 포도송이가 되듯, 지역에서의 공익·비영리 활동들도 지역별, 의제별로 현장의 활동들이 있고 그것이 모여서 지역 전체의 공익·비영리 활동으로 잘 연결해 각 단위별로 활동에 필요한 재원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줄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자립모델 즉, (가칭)성북포도송이재단이 아닐까라는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그러나 아직 우리가 원하는 구체적인 자립 방안이나 유형을 찾지 못한 상태다. 큰 틀은 멋지게 정리한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까 걱정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다.


4/10(수) 서울연구원 지원사업 결과발표회 후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지역자립모델연구회 3차 회의



사람들은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활동하는데 특별하게 불편 없으면 그럭저럭 살아간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사람들 앞에서 좀 더 나은 세상, 공익성, 공공성을 주창한다고 해도 먼 동네 남의 일일뿐이다. 바쁜 각자의 생활에서는 나에게 어떠한 이익을 주고, 내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에 사람들은 움직인다. 그래서 사람을 움직이는 최대 동력은 ‘절박한 위기’이다. 이 위기는 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강도로 위기의식을 느낄 때 뭉친다. 이 동력으로 사람이 모이고, 아이디어도 내고, 대안이나 방법을 찾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 없이 당위성만 갖고, 시작하는 지역자립의 논의는 확장성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공익성, 공공성, 자립, 시민자산화 등은 가치 있고 뜻은 좋지만 진달래처럼 매력적인 단어들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진달래가 될 수 있을까. 최소한 포도처럼 새콤달콤해야 하는데.


그 사이 공간이 필요했던 사람은 속전속결로 괜찮은 사무실을 계약했고, 곧 고양이들은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있다. 주인장이 허락한다면 이곳이 아마도 이런 실험의 장이 될 수 있는 좋은 아지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끝]  





* 성북시민협력플랫폼은 사업 책임자 뿐만 아니라 세부사업별 파트너, 크루들로부터 해당 사업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기고받아 뉴스레터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담당자 혹은 참여자로서의 의견과 소회가 담긴 현장감 넘치는 글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살펴보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원문의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여 편집하였으며, 해당 글이 성북시민협력플랫폼의 공식 의견 내지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북구 시민협력플랫폼 구축사업(2차년도)는/은 성북구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적 활동 생태계 조성을 위해 활동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네트워크 구축을 비전으로 여성·아동 복지 실현을 목표로 하는 지역단체 성북나눔연대, 동 기반 주민모임 성북동천, 성북 지역활동가 단체 성북마을살이연구회, 성북구 대표 지역법인 함께살이성북사회적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자치구 시민 주체의 성장을 통한 지역 협치 실현"이란 핵심비전을 갖고 추진되는 서울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사업에 2017·2018 연속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추진중입니다. (지원 : 서울특별시,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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