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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Jun 16. 2020

성북동 놀이터 갤러리 달드베르

[13호]우리 동네 아트살롱 | 글 이윤주 · 사진 김선문

글 이윤주

사진 17717 김선문



달드베르(dalle de verre)란 불어로 유리덩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기법 중 하나로, 두꺼운 유리 블럭을 통한 보석같이 찬란한 빛을 지닌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달드베르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직물을 다루는 작가들이 모여 함께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전혀 다른 소재이지만 빛이 있을 때 창문에 놓이는 유리와 직물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빛이 통과하여 바닥에 아름다운 색을 보여줍니다. 보이지 않는 빛을 보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색유리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되고, 각기 다른 조각천이 모여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고 때로는 감추면서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는 것이 생활 속의 미술을 실천하는 달드베르의 지향점입니다.


성북동은 물이 맑고, 도성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직물과 관계가 많은 곳입니다. 조선시대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인 비단을 짜는 일이 잘이루어지도록 제사를 지내던 곳인 선잠단, 직물을 하얗게 표백하던 마전터 등이 있습니다. 달드베르는 성북동에 위치한 선잠단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달드베르가 성북동에 자리를 잡던 2015년에는 백년된 뽕나무가 무성하게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삼족오가 날아온다는 상(桑)나무와 실크에 관한 전설은 많은 영감을 줍니다. 앞으로 선잠제를 지내던 제단이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달드베르는 생활 속의 미술을 실천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납니다. 인간의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미술은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생활 속의 미술은 내가 사용하는 것들의 하나하나 어울림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고려하는 하는 일입니다. 어디에 무엇이 놓일지 궁리해보는 놀이입니다. 즐거운 놀이는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어떤 힘든 상황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즐겁게 놀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채널을 돌리면 됩니다. 생활 속의 미술은 갑작스러운 계획이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 속에서 나의 감수성을 찾아가는 연습이기 때문입니다.


달드베르에서는 그동안 아래와 같은 일들을 했습니다.

달드베르의 아트웤(artwork)


한국의 서정 추상 화가 이남규(1931-1993)의 작품을 모티프로 패브릭 개발

직물로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모임을 하고 결과물을 함께 전시

전통의상을 전공한 작가들이 모여 단체전 진행

공예작가들을 초대하여 전시 기획, 실크를 소재로 규방공예 모임

실크의 이론과 역사를 공부, 다양한 핸드메이드 클래스

텍스타일 상품과 굿즈 개발, 작가들과 함께 플리마켓 진행


그 중에서도 2019년 봄에 선잠박물관과 함께 한 클래스에서 마무리로 빛깔이라는 전시를 진행할 때 참여자들이 색(color)을 주제로 글쓰기를 했습니다. 오늘 내가 한 바느질과 지난 시간들을 기억해보며 가슴 뭉클한 사연을 풀어 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만드는 시간 내내 행복했다는 말씀에 기운이 납니다.


생활 속의 미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저 자신도 그것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달리도 자신이 창안한 개념에 대해 말하면서 처음에는 자신도 용어를 똑 부러지게 정의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이해력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사용하면서 몇 년이 지나자 서서히 의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작은 행복을 찾고자 하는 분들과 만나 놀이를 계속하면서 생활 속의 미술의 의미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은 제가 인생에서 부딪치는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끝]




이윤주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배화여자대학 전통의상과에서 색채기획과 의상디자인을 가르쳤다. 2015년부터 달드베르(dalle de verre)를 운영하면서 생활 속의 미술 운동을 하고 있다. 달드베르는 성북구 성북로 84 선잠서재 3층에 위치해 있다.


전화. 02-3141-5082 / E-mail. younjoolee.dalle@gmail.com

인스타그램 @dalle_de_verre / 카카오톡 채널(옛 플러스친구) 달드베르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13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9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간행되었습니다. 소개된 글은 2019년도에 쓰여져 잡지에 실렸으며, 동 사업을 통해 웹진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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