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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북 Aug 28. 2016

한옥에 산다

[7호·특집] 성북동 한옥 | 정대환

  지금의 일터가 된 이곳, 성북동 한옥과의 인연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성북동 비둘기’가 시작이었다. 따뜻한 느낌의 동네, 성북동이라는 예술마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이곳으로 들어올 전기가 마련되었다. 건축디자인을 업(業)으로 하는 나는 회사를 옮기기로 하였고, 나만의 조그마한 작업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성북동 한 모퉁이의 작은 한옥을 한 채 구입했다. 신축을 포함한 여러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동료들과 같이 협업하여 작업할 공간을 만들기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래서 옆집 한 채를 더 구입하여 두 채를 연결하고 한옥의 내부공간을 살리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디자인 작업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구입한 한옥은 그 집을 구성하는 부재들이 제법 근사했는데, 민가치고는 도리나 보 등이 튼실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휘어진 부재들을 그대로 쓴 모양들이 좋아 보였다. 일제시대에 지어졌으니, 70년은 족히 넘는 세월 동안 서 있는 기둥들이다. 그 오랜 시간을 버텨온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공간의 이런 성격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무척 고민하였다. 오래된 건물이라 도면을 구할 수가 없어서 수차례에 걸쳐 실측과 도면작업 반복을 통해 공간의 도면화 작업을 거쳐야 했으나, 현실상 도면으로 표현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부족한 부분은 시공 시 현장에서 대응하기로 하고 일단은 공사할 도면을 확정하였다.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부 증축을 포함한 용도 변경 등 구청과의 협의와 인허가 과정이 필요했다. 성북구청과의 대관업무를 진행하고 12월 중순경 철거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구옥에다 한옥인지라, 전문 한옥팀에게 철거를 의뢰하였다. 1차 벽체 철거를 통해 전체적인 현장의 상태가 확연히 드러났다. 보강 및 교체가 필요한 27개의 기둥과 9곳의 기초 교체, 회첨골 등 누수 취약 부분의 서까래 교체, 필요 없어진 굴뚝 부분의 보수, 합각과 풍판, 기와 등의 보수 등 2주 가량의 한옥 구조 보완을 통하여 오래된 건물을 안정화시켰다. 한옥의 운치와 장점을 위하여 지붕을 살린 반면,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바닥은 완전히 걷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였다. 나머지 공사는 일반 인테리어 공사와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다만 기존의 변형된 목조부재들과 맞추어 공사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 설을 전후한 한겨울 날씨와 싸워가며 공사를 강행한 결과, 봄을 앞둔 2월 28일 입주식을 할 수 있었다.


티지티코리아디자인그룹㈜ 사옥 내부


  약 3개월의 공사기간이었다. 비용도 수월찮게 들었으나, 따져 보니 비슷한 규모의 양옥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는 정도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입주한 사무실은 소담한 마당을 가운데 두고 작업 공간들이 둘러앉은 형태이다. 자연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오랜 세월을 품은 나무부재들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다. 인공 장식물로 만든 가짜 서까래가 아닌, 지붕을 받아주기 위한 필요로 만들어진 구조물 그 자체가 하나의 인테리어가 된 것이다. 목재와 흙으로 만들어진 천장 덕에 건조하거나 습할 일이 없다. 높고 아름다운 천장은 공간의 격을 높일 뿐 아니라, 기(氣)의 흐름이 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한다. 비 오는 날의 운치는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다가올 겨울, 서까래 너머로 보게 될 눈 내리는 마당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 가눌 길이 없다.



* 한옥의 신축 및 보수의 경우 각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한옥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살펴보시길 권한다. 서울시는 전통 한옥의 보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는 한옥의 소유주가 요청하면 한옥 장인이 직접 현장을 방문케하여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수리비 및 자재들도 지원하고 있어 매입과 수리, 거주 비용에 대한 고민 등으로 인한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또한 최근에는 법적 지원도 더해져서 지붕이나 기둥 등의 수리를 쉽게 할 수 있고, 바닥면적 측면에서도 처마 아래 공간을 반침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완화되었다




정대환은 티지티코리아디자인그룹(주)의 대표이다. 새로운 작업 공간을 찾다가 성북동 한옥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옥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고 소중한 터전이 되길 바라는 건축가이다.




성북동천은 성북동 주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법인·단체, 비영리조직, 전문가 및 예술인들이 모여 설립한 주민 공동체로, 성북동에서 마을잡지 발간, 마을탐방 진행, 교육·문화 프로그램 기획, 지역 내 공론의 장 마련 등 마을공동체 형성과 주민간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성북동천 내 마을잡지 편집위원회가 발행하는 마을잡지이며, 7호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2016 마을미디어 활성화 주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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