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e D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 성은 Apr 28. 2021

벚꽃엔딩



네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3월부터 너의 소식이 들려왔어.

나는 설레면서도 겨울이 쏜살같이 지나간 것이 아쉽기도 했단다.

네가 오면 완벽한 봄이 온다는 뜻이잖아.





매년 우리는 너를 기다린단다.

봄 무렵에만 만날 수 있는 너를 보기 위해 낮에도 밤에도 찾아가지.


너는 사랑받는 존재란다.

가지에서 움틀 때부터 꽃망울이 하나둘씩 터져 화려하게 피어났을 때

그리고 바람에 흔들려 땅에 떨어지고 소복이 쌓이는 모습까지.

우리는 그 모습을 꽃길이라고 부르며 아름답다고 말한단다.


'꽃길만 걷자' 이런 말도 있단다.

이보다 더 힘이 되는 말이 어디 있을까 싶다.


한송이로 피어나 다섯 꽃잎으로 지는 너를 닮았으면 한 적이 있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받으며,

목숨을 다하면 바람을 타고 세상 속으로 흩날리는.

그런 너처럼 나도 사랑받으며 다섯 꽃잎으로 지겠다.





나를 사랑하는 이의 손등에

내가 자주 걷던 길거리에

드넓게 펼쳐진 호수 위에

초록빛 가득한 산자락에

떨어지겠다.


마지막 꽃잎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꼬마 나무 위에 떨어져 내게 남은 숨 하나 전해주겠다.





너를 다시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

그때도 너와 내가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

네가 만들어준 꽃길로 한 해를 행복하게 살아갈 테니 머지않은 때에 우리에게 찾아와 주렴.

사랑하는 이와 너를 보러 갈 테니 반갑게 맞아주렴.




매거진의 이전글 월세만 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