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걸음. 네가 와서 너를 탄다.
난 참,
계절에 민감한 아이였다.
봄이 오면 봄을 타고
여름이 오면 여름을 타고
가을이 오면 가을을 타고
겨울이 오면 겨울을 탔다.
그렇게 바람따라 계절따라
혼자 어른이 되던 날.
네가 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인연이라며
네가 왔다.
그렇게 사랑따라 추억따라
함께 어른이 되던 날.
네가 갔다.
잡으래야 잡을 수 없는 것이 인연이라며
네가 갔다.
난 참,
사랑에 민감한 어른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너를 탔다.
네가 와서 너를 탔다.
당신을 잊었던 계절이 왔다.
또 한 번 네가 왔구나,
네가 와서 너를 탄다.
갓 어른이 되던 그 날. 청춘의 시작 무렵.
딱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그랬던 것이라 계절이 바뀌면 바람이 불면,
당신이 오는 건지도 모른다.
완연한 가을이 되던 오늘.
참으로 괜찮았던 당신이 오는구나.
아니,
참으로 행복했던 추억이 오는구나.
추억이 와서 추억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