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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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소망을 들어주지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서 지독한 회한이 몰려온다. 하지만 이따금 평온이 찾아오면, 이분은 나의 어머니이긴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녀 자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어머니가 나의 어린 딸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
어머니는 방문을 아주 중요시했다. 그것은 사랑의 증거이며 타인의 마음속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징표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받기보다는 주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인정받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나 역시 어릴 적에는 사랑받고 인기를 누리고 싶어서 그림책과 사탕들을 나누어주길 좋아했다. 그 후론 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게다가 내가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는 방법이 아닐까?
살아 있다는 건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는다는 것, 즉 접촉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