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꿀차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by 성은

문학동네 북클럽 선택도서 중 하나로 고른 책이다.

세계문학전집 중에 고르고 싶기도 했고, 프랑스어를 공부하다 보니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읽어보고 싶었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이라 두껍고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노벨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작품은 읽다가 말았기 때문에), 60쪽가량의 짧은 책이고 문장이 어렵지 않아서 잘 읽혔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본문
그 사람도 분명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생각만 하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내 태도가 옳은 건지 그 사람이 옳은 건지 굳이 가려낼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사랑의 크기를 비교하지 않고, 만약 자신이 더 많이 사랑한다면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경이롭다.


그 사람의 전화만 기다리며 고통을 겪는 일이 너무 끔찍해서 그와 헤어지기를 원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사랑의 모순적인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한 문장이다.




해설
아니 에르노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글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서 무엇인가를 구해내는 일"에 매달렸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에르노는 주로 자전적 글쓰기를 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삶이 진행되는 동시에 그 삶을 기록함으로써 삶이 글쓰기에 영향을 주는 만큼 글쓰기가 삶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영감을 주었다. 글쓰기는 자아를 돌아보게 하며, 그 결과는 삶에 대한 태도와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무언가를 기억한다고 할 때 '무엇'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어떻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정체성이 글을 구성하지만, 저자가 쓴 글이 거꾸로 정체성을 구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강력한 도구이다.

<탐닉>의 원제는 사전적 의미에서 '재산, 소유물 따위를 잃다'를 뜻하는 타동사 'perdre'의 재귀동사 원형 즉 행위의 목적어가 주어가 되어 '자기를 잃다'를 뜻하는 'Se perdre'이며 <집착>은 '자리를 차지하다', '점령하다'를 뜻하는 동사 'occuper'의 명사형 'L'occupation'이다.

영문이든 불문이든 문학 작품의 원문을 읽고 싶은 이유가 너무 잘 드러나 있어서 기록했다. 언어 간에는 절대로 번역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데, 문학은 해당 언어의 가능성이 최대한으로 펼쳐진 집약체이므로 오직 원문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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