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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꿀차

한 여자

아니 에르노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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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을 읽은 후, <남자의 자리>에 이어 아니 에르노의 다른 작품들도 읽기 시작했다.

프랑스 문학은 사실주의에 기반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아니 에르노는 본인의 개인적 경험에서 사회적 현실을 포착해낸다는 점이 독특하다.


<한 여자>는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에 관한 책이다.

어머니가 농촌에서 태어나 노동자에서 상인이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계급을 의식하던 것, 딸이 사립 기숙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며 다른 세계로 옮겨갈 때 자랑스러움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나이가 들면서 남편과 사별하고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아 요양원에서 생활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

그 모든 과정을 거치는 어머니의 삶뿐만 아니라,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담겨 있다.

성장하면서 어머니에게 느꼈던 친밀감과 반발심,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과거를 회상하며 어머니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현재.

그들의 삶 속에서 농민과 상인, 그리고 부르주아의 상이한 생활 방식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100쪽가량의 짧은 책에서 이 모든 내용을 담아내다니, 기억과 사회를 관찰하는 통찰력이 대단하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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