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주인공에 대한 소설이다.
쿤데라 본인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
망명한 사람이 조국에 대해 가지는 향수와 막상 조국으로 돌아갔을 때 느끼는 괴리감.
지금까지 읽은 쿤데라의 책들을 보면 작품 세계 전체에서 망명자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된 사유나 감정을 탐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체코의 역사도 많이 나오고, 정치범에 대한 내용이 많다.
그 중에서도 <향수>는 직접적으로 망명을 다루고 있어서 쿤데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망명했던 한국인들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본문
모든 예측들은 틀리게 마련이며 그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확실성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들은 미래에 대해서는 틀렸지만 그것을 말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실을 담고 있으며, 그들이 지금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열쇠다.
왜냐하면 조국이라는 개념 자체는, 그 단어의 고귀하고 감상적인 의미에서 볼 때, 우리네 삶의 상대적인 짧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생 동안 우리는 다른 나라나 다른 언어에 애착을 갖기 어렵다.
체코인들이 조국을 사랑했던 것은 조국이 영광스러워서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국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작고 끊임없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조국에 대한 커다란 연민이다.
"거의 스무 살쯤. 그리고 그때부터 모든 것이 확고하게 결정됐지. 그게 바로 나의 실수였던 거야. 뭐라고 규정짓기 힘들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내 모든 인생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 후로 결코 바로잡지 못했던 실수 말이야."
"무지한 나이에 저지른 돌이킬 수 없는 실수."
"그래."
"바로 그 나이에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고 직업을 선택하지. 어느 날 많은 걸 알고 이해하게 도지만 그때는 너무 늦은 거야. 왜냐하면 인생 전부가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시기에 이미 결정되어 버렸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