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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아주 조용한 하루로부터

프롤로그

by 성구의 인디웨이

아무 일도 없던 날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고, 누구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입을 한 번도 열지 않고, 입을 한 번도 열 필요가 없었던.


저녁이 되도록 고용한 방 안에서 하루 종일 시끄럽던 창 밖을 바라보던.


나는 그저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잠을 잤던.


그런 하루를 살아왔다.


그게 특별하지 않은 하루였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그 하루들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어쩌면, 말 없는 날들이야말로 내 마음이 제일 많이 움직였던 날들 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그저 그런 하루들의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조용해서 들리지 않을지라도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아마 비슷한 마음과 생각과 소리를 느꼈을 것이고, 했을 것이고, 들어봤을 거라고 믿는다.


아무도 없는 공간 속에서도 나는 분명히 살아내고 있었다는 걸, 조용히 기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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