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인분
하루 종일 말을 안 하고 살았다. 그런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트레칭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물을 한 컵 마시고, 이불을 개고, 노트북을 켠다. 그 사이에 내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점심이 지나고도 마찬가지다.
식재료 주문은 네이버 장보기와 쿠팡으로, 택배와 배달은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간다.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아 이거 좀 귀찮은데"
처음 말을 뱉는 순간 놀랐다. 내가 방 안에서, 나 혼자한테 말을 걸고 있었다.
가끔은 며칠 만에 사람을 만나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데, 목이 잠겨서 바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어버리는 걸까?
그래도 괜찮다. 말하지 않아도 하루는 흘러가고, 말하지 않아도 나는 살아간다. 오히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내 안의 소리를 더 선명하게 듣는다.
말이 없는 하루는, 나 혼자 있는 하루라는 뜻이고, 그건 나 자신과 조용히 동행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