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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혼잣말의 기술

0.04인분

by 성구의 인디웨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말이라는 게 낯설어진다. 누구한테도 말을 걸지 않으면, 말을 하는 방법을 까먹게 된다. 내 목소리가 어땠는지 조차 잊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아 귀찮다."

"잘했어."

"이거 오늘 안 해도 되지 않아?"

무심코 튀어나온 혼잣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혼잣말은 이상한 존재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데, 내가 나한테 말을 건다. 위로이기도 하고, 핀잔이기도 하고, 가끔은 말동무이기도 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요."라고 하는 사람도 혼잣말은 참 쉽게 한다. 그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자 내가 나와 친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밤에 혼잣말이 잘 나온다. 하루를 정리하면서 "오늘은 뭘 했지?"라고 중얼거리거나, 내일 할 일을 떠올리며 "내일은 그걸 먼저 해야지"라고 속삭이다. 또는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올 때면 "00야 자야지!", "내일도 일해야지!"라고 꾸짖기도 한다.


혼잣말은 생각을 소리 내어 꺼내는 연습이고, 마음이 복잡할 때 꺼내는 정리법이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오늘도 잘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 나는 오늘 하루도 잘한 사람이 된다. 남이 아닌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옅은 미소를 띠게 한다.


혼잣말이 많아진다는 건 고독한 사람이라는 증거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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